현대자동차가 21일 공개한 ‘아이오닉 9’은 현대차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적용한 첫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현대차는 대형 SUV로 라인업을 확장해 아이오닉 5·6가 쌓아올린 명성을 잇겠다는 구상이다.
아이오닉 9의 디자인은 날렵하면서도 강인한 게 특징이다. 외관 디자인은 물의 저항을 이겨내야 하는 보트에서 영감을 받았다. 한국 전통의 미를 강조한 요소도 곳곳에 적용했다. 아이오닉 9 디자인을 총괄한 사이먼 로스비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은 “한복 저고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문에 사선 음각을 넣었다”며 “차량 전면부 램프의 작은 파라메트릭 픽셀은 한글 미음(ㅁ)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아이오닉 9의 외장 색상은 선셋 브라운 펄, 세레니티 화이트 펄 등 10가지로 사계절을 비롯해 화산석, 해질녘, 우주 공간 등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했다.
문을 여니 고급스러운 천연가죽 시트가 눈에 들어왔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9 헤드라이너와 크래시 패드에 사탕수수 등에서 추출한 바이오 소재를 적용하는 등 다양한 친환경 소재를 입혔다. 넓은 실내 공간도 돋보였다. 아이오닉 9은 같은 플랫폼으로 만든 기아 EV9보다 높이가 35㎜ 높고, 휠베이스가 30㎜ 길다. 180㎝ 성인 남성이 3열에 앉아도 천장에 머리가 닿지 않았다.
아이오닉 9의 가장 큰 강점은 주행거리다. 아이오닉 9은 110.3㎾h(킬로와트시) 배터리를 장착해 1회 충전으로 최대 532㎞를 달릴 수 있다. EV9(최대 501㎞)보다 더 오래 달릴 수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전면 범퍼 하단에 ‘듀얼 모션 액티브 에어 플랩’(공기 덮개)을 장착하는 등 공력 성능과 전비(전기차 연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적용했다. 아이오닉 9의 공기저항계수는 0.259로 대형 SUV로는 최고 수준이다. 공기저항계수는 차량을 운행할 때 받는 공기저항을 나타내는 수치를 말한다.
아이오닉 9은 아이오닉 시리즈의 ‘맏형’답게 다양한 편의사양도 갖췄다. 100W(와트) C타입 충전 시스템, 차량 외부로 일반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V2L 기능, 4개 스피커가 적용된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디지털 사이드미러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차 최초로 카메라 렌즈 오염 때 세정이 가능한 카메라 클리닝 시스템도 장착했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9을 미국에서 처음 공개한 건 북미 시장의 대형 SUV 수요를 잡기 위해서다. 아이오닉 9은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차그룹의 메타플랜트 공장(HMGMA)과 한국의 아산 공장에서 생산된다. 국내에선 내년 초 출시한다.
호세 뮤뇨스 현대차 차기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로스앤젤레스를 찾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고객이 있는 곳에서 차량을 생산하는 것은 성공적인 전략이며, 아이오닉 9은 현대차가 신규 세그먼트를 공략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넓은 실내 공간, 폭넓은 활용성, 다양한 기술을 갖춘 아이오닉 9은 특히 가족 등 신규 고객층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