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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이 방만하고 관료화된 기업문화 개혁을 추진한다. 켈리 오토버그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회사가 재무적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고, 이대로 가면 파산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임을 직원들에게 호소했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토버그 CEO는 이날 전체 회의에서 "한 때 막강했던 보잉이 심각한 기업문화의 문제로 몰락하고 있고 또 한 번의 실수가 있다면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오토버그 CEO는 비대해진 경영진과 낭비적인 지출, 내분과 책임회피 문화를 지적하면서 "에어버스를 이길 궁리는 안 하고 하루 종일 우리끼리 다투고 있다"며 "회사에 문제가 있다고 떠드는 소리에 모두가 지쳤고 여기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나도 지쳤다"고 꼬집었다. 항공우주기업 락웰콜린스 출신 오토버그 CEO는 지난 8월 구원투수로 보잉 CEO 자리에 올랐다.
그는 직원들에게 "다른 사람에 대해 불평하지 말고 당면한 과제에 집중하자"며 "지금이 최저점"이라고 강조했다. 수천 명의 직원을 해고한 것도 보신주의와 관료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효율적인 현행 직원 인센티브 프로그램도 전사적으로 균일하게 적용되도록 개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보잉은 7주 넘게 이어진 파업으로 생산라인이 멈춰 737 맥스 등 여객기 인도에 차질을 빚는 최악의 상황이다. 오토버그 CEO는 "지난해 말 목표였던 월 38대의 737기 생산을 달성하지 못하면 현금흐름이 개선되지 않는다"며 "회사가 수십억 달러를 소진하고 있고 투자자들로부터 더는 자금조달이 힘든 상황"이라고 상황의 절박함을 강조했다. 이어 "신형 항공기 연구개발(R&D)을 시작할 자금도 없고 당장 필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보잉은 기업 신용등급 강등을 막기 위해 지난달 28일 주식·채권 시장에서 약 240억달러(약 33조6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오토버그 CEO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만나 잠재적 관세의 영향에 대해 논의한 사실도 밝혔다. 그는 중국 항공사에 제트기를 판매하는 반면 미국은 중국에서 항공기를 수입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회사에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를 전달했다.
보잉은 올해 1월 737 맥스9 여객기의 도어 패널이 비행 중 떨어져 나가는 등 잇따른 사고로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보잉 노조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이후 16년 만에 파업을 벌였다. 위기는 더욱 가중돼 전체 직원의 10%인 1만7000명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