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잠룡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사진)가 다음달 초 비명(비이재명)계 모임인 ‘초일회’에서 특강을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한 가운데 나타난 비명계의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장은 ‘이재명 일극 체제’의 민주당에서 비명계가 힘을 받기 어렵지만,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고조될 경우 대안 찾기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총리 측 관계자는 17일 “김 전 총리가 다음달 1일 초일회 월례모임에서 특강을 한다”며 “그동안 미뤄온 일정이 최근 확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강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한·미 관계 등 국제 정세 변화를 주제로 이뤄질 예정이다. 김 전 총리는 최근 미 대선 현장을 둘러보고 스탠퍼드대에서 강연한 뒤 지난 15일 귀국했다. 이 관계자는 “특강은 미 대선 얘기로 한정하며 국내 정치는 다루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김 전 총리가 오는 25일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직후 비명계와 만난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15일 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받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형이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을 잃는 가운데 25일에도 금고형 이상의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법조계의 관측이다.
초일회는 지난 총선 때 ‘비명횡사’ 공천으로 원외로 밀려난 박광온·김철민·송갑석·윤영찬·신동근·양기대 전 의원 등이 결성한 모임이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에 대한 선거법 위반 선고에 격앙된 민주당 내 분위기에도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초일회는 내년 초 김동연 경기지사나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초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비명계의 한 인사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로 나타나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본격적으로 활동 반경을 넓힐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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