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눈물을 흘린다."
싸이월드 미니홈피 속 감성적 글귀들이 최근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떠오르면서 이른바 '싸이감성'이 주목받았다. 내년이면 다시 한 번 미니홈피를 만들고 싸이감성에 물들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싸이월드 사업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 회사 싸이커뮤니케이션즈가 서비스 부활을 위한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싸이컴즈는 12일 기존 싸이월드 소유 법인인 싸이월드제트로부터 사업권과 자산 인수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싸이월드는 2000년대 중후반 전국민을 '일촌'으로 묶어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명성을 떨쳤다. 이용자 수만 약 3200만명에 달했다.
사용자들은 당시 자신의 취향대로 미니홈피를 꾸민 다음 글과 사진을 올렸고 친한 지인들과 '일촌' 관계를 형성해 소통했다. '도토리'라는 사이버머니를 국내에서 처음 만들기도 했다.
싸이컴즈는 싸이월드 사업을 맡기 위해 지난 9월 초 설립됐다. 인수 작업을 완료한 만큼 앞으로 싸이월드 브랜드 자산을 활용한 새로운 커뮤니티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싸이월드제트가 보유한 사용자 개인 데이터는 모두 싸이컴즈로 이관됐다.
싸이컴즈는 인수 배경과 관련해 "기존에 싸이월드가 보유한 브랜드 자산의 매력과 최근 몇 년 사이 기존 SNS서비스에 대한 피로도가 증가했고 새로운 방향성을 가진 서비스에 대한 시장 공백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싸이컴즈는 싸이월드 최초 모토인 '사이좋은 사람들'을 세련된 형태로 부활시키겠다는 목표다. 기존 SNS의 문제점으로 꼽혔던 지나친 사생활 공개, 과열된 정보 공유 등을 털어낼 수 있는 개인화된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 소규모 그룹과 손쉽게 교류하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싸이컴즈는 내년 상반기 베타 버전을 공개하고 같은 해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날 오후 2시엔 싸이월드의 새 시작을 알리는 티저 사이트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달 25일부터는 싸이월드 로고·미니미를 놓고 사용자 투표도 진행된다. 기존 앱 서비스는 다음 달 2일자로 종료된다.
싸이감성은 포털 다음 출신 인사들을 주축으로 되살아난다. 함영철 싸이컴즈 대표는 다음 전성기 시절 '다음뉴스'와 '아고라' 서비스 기획을 맡았다. 넥슨에선 소셜게임 기획, 다음게임에선 퍼블리싱 본부장을 맡았고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글로벌 사업 총괄을 지냈다.
다음·카카오게임즈에서 사업 개발과 실무 PM을 맡은 박유진 CPO, 다음 대용량 메일·tv팟·플래닛 등 서비스 개발 실무를 이끈 류지철 CTO도 싸이컴즈에 합류했다. 나이키와 제일기획에서 마케팅업무를 담당한 정규현 CMO도 싸이월드 부활에 힘을 보탠다.
함영철 싸이컴즈 대표는 "싸이월드의 강력한 브랜드 자산과 최근 레트로 열풍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이전 상황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프로젝트라 충분한 준비가 필요했다"며 "기존 싸이월드를 기반으로 현재 사용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고 12월 중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