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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게 내 집 마련" 친동생에게 당했다…'부동산판 다단계'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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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모씨는 2년 전 친동생의 권유로 천안의 한 협동조합 민간임대주택조합에 가입했다가 수천만원을 잃고 결국 동생과 인연을 끊었다. 동생의 권유에 가입한 사업은 공회전만 했고 조합 탈퇴도 어려웠던 탓이다. 그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출자금을 떼이고서야 조합에서 나올 수 있었다. 이씨는 "협동조합 민간임대주택은 가족, 친지, 지인 등을 모두 끌어들인다"며 "가족도 잃고 돈도 잃는 '부동산 판 다단계'"라고 토로했다.

최근 저렴한 가격에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잡고자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사업에 참여했다가 수천만원에 달하는 출자금을 떼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보공개 의무나 출자금 반환 등 관련 규정에 허점이 큰 탓에 허위·과장광고로 악명이 높은 지역주택조합사업보다 피해가 심각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협동조합 민간임대주택은 협동조합 기본법에 따라 5명 이상 발기인이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목적으로 협동조합을 설립, 30가구 이상의 임대주택을 신축해 조합원에게 우선 공급하는 형태의 주택을 말한다. 조합원들이 낸 자금으로 아파트를 지을 부지를 매수하고 아파트도 직접 짓기에 일반분양 아파트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

조합원은 아파트 분양대금 중 일부에 해당하는 금액을 출자금으로 내고 해당 아파트를 임차해 거주하다가 의무 임대 기간이 종료하면 시세보다 싼값에 해당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허위·과장광고가 속출하고 관련 규정도 미비한 탓에 출자금을 반환받지 못하고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 경기 광주시도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에 대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시에 따르면 쌍령동 일원 도시개발사업과 관련해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분양 홍보가 이뤄지고 있다. 해당 사업지는 구역 지정은커녕 토지 확보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토지를 모두 매입했고 도시개발사업이 완료됐다며 조합원 모집에 나선 것이다.


시 관계자는 "확정되지 않은 사업에 대한 과대 또는 허위광고를 통해 투자자 개념의 조합원을 모집한다면 피해 발생 시 행정기관의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며 "투자금 회수, 반환 등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충분한 정보수집과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원수에게 권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인 지역주택조합사업(지주택)보다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사업의 위험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주택은 조합원 자격이나 조합설립요건이 지정돼 있지만 협동조합형은 발기인 5인 이상이면 누구나 조합을 설립할 수 있고 조합원 자격에도 아무런 제한이 없다.

사업비 조달도 지주택은 조합원 분양 납입금과 시공사 보증 프로젝트파이낸싱(PF)인 데 반해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은 조합원의 임대보증금 및 출자자금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PF 보증이기에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여기에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사업은 발기인 모집 과정에서 사업추진에 대한 정보공개 의무가 없고 출자금 반환 및 철회 관련 법적 규정마저 존재하지 않는다. 허위·과장광고에 속아 수천만원을 출자했다가 사업이 좌초해 그대로 떼이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주택에 대한 규제가 강화하자 그 틈새를 노려 시작된 것이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사업"이라며 "지주택에 대한 위험성은 널리 알려졌지만,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사업은 아직 생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피해가 커지고 있다. 조합원이 많이 모집돼야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광고는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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