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677조4000억원에 달하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치열한 샅바 싸움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안에 대해 “건전재정 기조를 확립하고, 민생과 미래 대비에 충실히 투자한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야당은 “재정지출 감소와 부자 감세로 부족해진 세수가 재정을 위축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날을 세웠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여당 간사인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5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연 토론회에서 정부 예산안에 대한 총평과 심사 방향을 밝혔다. 허 의원은 “무분별한 감세로 나라 곳간은 비어가고 세입 여건은 악화하는데 긴축재정 기조를 버리지 않으니 지역화폐 등 민생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게 편성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막대한 세수 결손으로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와 교육청까지 재정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한 데도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고 했다.
반면 구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으로 급증한 국가채무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건전재정 기조가 확립됐다”며 “이는 세계 국채지수(WGBI) 편입 등 구체적 성과로 이어졌다”고 응수했다. 정부는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중을 내년 기준 2.9%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총수입 증가 폭은 6.5%로 전망되지만, 총지출 증가율을 3.2%로 억제해 정부가 법제화를 추진 중인 재정 준칙 한도(3.0%)를 지킨다는 것이다.
구 의원은 내년 복지 분야 예산 지출 증가율이 4.8%로 총지출 증가율 3.2%보다 1.5배가량 높다는 점을 언급하며 “민생 지원에 최대한 집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보다 3조6000억원 늘어난 19조8000억원으로 책정된 저출생 예산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렸다. 허 의원은 “모성보호 사업의 경우 지출은 전년 대비 늘었지만, 일반회계 지원 비율은 오히려 축소돼 실질적 지원은 줄었다”고 지적했다. 구 의원은 “육아휴직 급여 인상, 사후지급금 제도 폐지 등 정부는 저출생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맞받았다.
구 의원은 국회가 예산 심사 법정기한(12월 2일)을 준수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심사가 지체될수록 예산 조기 집행에 차질이 생기고 지방정부는 사업비 배정이 늦어지는 등 문제가 된다”고 했다. 반면 허 의원은 “정부가 무분별하게 늘린 업무추진비와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 등을 대폭 삭감하고 초부자 감세를 중단시켜 실질적인 증액 효과를 얻어내 저출생과 기후대응, 연구개발(R&D) 예산 등에 투입하겠다”고 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