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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이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참여를 거부했다.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서다. 중국과의 경제 협력은 유지하려는 '전략적 모호성'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29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브라질의 셀소 아모림 대통령 국제문제 특별고문은 브라질 신문 오 글로보에 "브라질은 일대일로 가입 계약에 서명하지 않으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싶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일대일로에 공식적으로 참여하지는 않겠으나, 대신 중국 투자자들과 협력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구상한 외교술로 아프리카와 유럽, 중앙아시아, 중남미 등의 국가들과 경제협력을 통해 육·해상 실크로드를 재건한다는 계획이다. 브라질의 이번 불참 결정은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일대일로를 중국의 세력 확장 전략으로 간주하고, 우방국들의 참여를 반대하고 있어서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24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블룸버그 뉴이코노믹스 B20' 연설에서 "브라질은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사업 참여에 따른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브라질이 객관성과 위험 관리 측면의 시각을 통해 지금 처한 경제의 위험을 살펴봐야 한다"면서 "브라질 경제의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경로가 무엇인지 정말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앞서 카를로스 파바로 브라질 농업부 장관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보호주의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브라질이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동참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경고로 풀이됐다.
다만 브라질은 중국과의 경제 협력은 유지할 방침이다. 아모림 특별고문은 "일대일로 가입 없이도 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며 "중국 투자자들과 협력해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과의 경제적 이익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미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도 유지하려는 '줄다리기 외교 전략'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중국은 브라질, 칠레, 페루 등 여러 중남미 국가의 최대 무역 파트너다. 대두, 철광석, 구리, 리튬 등 중남미 지역에서 풍부한 천연자원을 선점하고 또 동시에 현지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시 주석은 다음 달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 직후에 중남미를 순방할 예정이다. 시 주석은 페루 리마 인근에서 열리는 초대형 항구 개항식에 참석한 뒤 브라질을 국빈 방문한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도 만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