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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예맨의 후티 반군에 위성 데이터를 제공해 후티의 서방 선박 공격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가 중동 분쟁에도 비밀리에 개입해 미국의 시선을 흐트러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두 명의 유럽 방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올해 초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서방 선박들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할 때 러시아 측이 이들에게 표적 데이터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후티 반군은 이란이 지원하는 집단이다. 지난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후 이란과 후티, 하마스, 레바논 무장 단체 헤즈볼라 등은 공동 전선을 구축해 이스라엘과 서방에 대항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후티가 러시아의 위성 데이터를 사용해 대(對)서방 공격을 확장했다는 내용이 이날 처음 알려진 것이다. WSJ는 "(러시아의) 표적 위성 데이터는 후티와 함께 활동하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 일원들을 통해 전달됐다"고 전했다. 후티는 핵심 해상 교역로인 홍해를 건너는 서방 선박들을 집중 공격해 글로벌 물류에 차질을 빚었다.
분석가들은 러시아가 미국에 문제를 일으키기 위해 중동에서 아시아까지 불안정을 조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에브 소장은 "러시아로서는 어디에서든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 좋은 소식"이라며 "이는 세계의 관심을 우크라이나에서 더 멀어지게 하고, 미국이 패트리어트 시스템이나 포탄 등 자원을 분산 투입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중동 정세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러시아는 이란, 북한 등과의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탄약, 드론, 미사일을 제공했다. 북한이 최근 몇 주 동안 약 3000명의 병력을 러시아에 파견해 훈련시키고 있다는 사실도 최근 알려졌다. WSJ는 "이러한 지원은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불안을 조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러시아의 동맹국들이 미국 및 그 동맹국들과 대립 중인 두 지역(중동과 우크라이나)을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후티는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반격을 반대하며 지난해 말 홍해에서 공격을 시작했다. 올해 초까지 후티는 100척 이상의 선박을 공격했으며, 그 중 2척을 침몰시키고 1척을 납치했다. 후티의 공격은 글로벌 교역에 큰 혼란을 일으켰다. 선박들은 훨씬 더 긴 경로인 남아공 희망봉을 돌아가는 우회로를 이용해야 했다. 전 세계적으로 매일 운송되는 석유의 약 10%가 홍해와 인도양을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한다.
하지만 해양 정보 회사 윈드와드에 따르면 2023년 10월과 비교해 2024년 8월에 이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통행량은 77% 급감했다. 이에 미국은 국제 해상 운송로 보호를 약속했고, 지난해 12월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호위하기 위해 다국적 해군 연합을 출범시켰다. 2024년 4월까지 미국은 후티의 드론과 미사일을 격추하고 해상 운송로를 보호하기 위해 약 10억 달러를 지출했다. 미국은 이달 초에도 B-2 스피릿 폭격기를 보내 후티의 무기고를 타격하는 등 물자 및 군사적 지원을 중동 지역에 확대하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