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2024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월즈) 녹아웃 스테이지 4강에서 국내 리그 LCK 팀 간의 내전이 펼쳐진다. 2번 시드 젠지 e스포츠와 4번 시드 T1이 오늘(27일) 격돌한다. 중국리그 LPL과의 자존심 대결을 벌일 결승에 두 팀 중 누가 LCK를 대표해 오를지에 관심이 쏠린다. 대망의 월즈 결승전은 다음 달 2일 영국 런던에 위치한 O2 아레나에서 펼쳐진다.
흥미로운 점은 4강에서 젠지와 T1 누가 이기든 월즈 징크스가 LCK 우승에 웃어준다는 것이다. 먼저 젠지가 승리할 경우 다전제에서 전년도 우승 팀(디펜딩 챔피언)에게 승리하는 팀은 우승한다는 징크스에 해당한다. T1이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2023 월즈에서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해당 징크스는 지난 2017년, 2019년, 2021년, 2022년에 모두 지켜진 바 있다. 이외 시즌에는 전년도 우승 팀이 아예 월즈에 진출하지 못하거나 녹아웃 스테이지에 오르지 못했다.
반대로 T1이 승리한다면 젠지를 4강에서 이기면 우승, 8강에서 이기면 탈락한다는 징크스를 이어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월즈에서 젠지를 언제 만나냐에 따라 팀들의 운명이 갈리고 있다. 2020 시즌과 2023 시즌의 경우 젠지를 8강에서 꺾은 G2 e스포츠와 빌리빌리 게이밍(BLG)이 4강에서 패배해 탈락했다. 반면 2021년과 2022년의 경우 젠지를 4강에서 제압한 에드워드 게이밍(EDG)와 DRX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다만 징크스는 징크스일 뿐 양 팀 모두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선 우선 4강에서 서로를 넘어야 한다. 최근 상대 전적에서 젠지가 T1을 압도한다. 지난 2023년 MSI(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서 승리한 이후 2023 서머부터 2024 서머까지 무려 매치 10연패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현재 월즈에서의 폼은 T1이 우세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8강전에서 T1은 LPL의 톱 e스포츠(TES)를 세트 스코어 3 대 0으로 제압했다. 젠지는 북미리그 LCS의 플라이퀘스트를 상대로 5세트까지 가는 '예상 밖 혈전'을 펼쳤다. 일각에선 젠지가 8강에서 고전한 것이 오히려 '예방주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결국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상대 전적에서 열세인 T1에게 특히 첫 세트가 중요할 전망이다. 1세트에서 T1이 젠지를 상대로 승리한다면 연패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내고 기세를 가져올 수 있다. 역으로 젠지 역시 1세트를 가져올 경우 더 자신감 있게 경기를 펼쳐나갈 수 있다.
한편 T1이 결승에 오르게 되면 소위 '제오페구케'라고 불리는 현재 선수단으로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결승에 진출하는 진기록을 세운다. 젠지가 런던행 티켓을 따낼 경우 젠지라는 이름으로 처음 월즈 결승에 오른다. 젠지는 전신인 삼성 갤럭시 시절인 2014년과 2017년에 월즈 우승을 차지했으나 젠지로 이름을 바꾼 후에는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