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운용하는 전략미사일 기지를 방문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과시하고 '러시아 파병'에 대한 관심을 돌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3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는 김정은이 "전략미사일 기지들을 시찰하고 미사일병들이 조성된 정세의 요구에 맞게 상시 긴장한 태세로 전투직일근무를 수행하면서 조국과 인민 앞에 지닌 성스러운 본분을 다하기 위해 수고가 많다고 치하 격려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또 "미국의 전략적 핵 수단들이 주는 위협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전쟁 억제력을 보다 확실히 제고하고 핵무력의 철저한 대응 태세를 엄격히 갖출 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고체연료 ICBM인 화성-18과 불규칙한 비행궤적으로 요격이 어려운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둘러봤다. 김여졍 노동당 부부장도 동행했다. 다만 시찰 날짜가 언제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김정은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불거진 파병설과 곧 다가올 미국 대선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전략미사일 기지를 사진으로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이 자신들의 러시아 파병 관련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대응하면서 미국에 보복을 가할 수 있는 억제력을 강조해 한국의 행동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라면서 "미국과 한국이 위협하면 한반도를 비롯해 미국 본토에 대한 보복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파병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관심을 돌리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고강도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파병설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바꾸기 위해 ICBM 발사 같은 무력 시위에 나설 수 있다"며 "계속 주장하고 있는 '한국군 무인기 침투'를 한국과 미국의 도발로 규정하고 이 이슈를 계속 끌고 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은 계속해서 파병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전날 주유엔 북한 대표부 관계자는 파병 사실을 "근거없는 소문"이라고 반박했고, 김여정도 담화를 내고 한국과 우크라이나에 화살을 돌렸다.
러시아 역시 북한군 파병을 부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파병 사실을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계속해서 파병 사실을 부인하거나 모호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국 백악관은 며칠 내로 파병 관련 조사를 마친 뒤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