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스테이블 코인의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외 무역 거래가 활발한 데다 금융 및 통신망도 상대적으로 발달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수용성이 높은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스테이블 코인 시장이 급격하게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7일 “무역 금융은 블록체인이 가장 활성화돼 있는 영역 중 하나”라며 “외국에서도 스테이블 코인이 무역 결제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한국은 수출 의존 국가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물건을 사거나 파는 사람이 스테이블 코인을 쓴다면 우리도 쓸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스테이블 코인 문제는 국제적인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외환 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외환시장에서 은행 간 달러를 사고팔 때는 가격 차이가 크게 나지 않지만, 기업과 개인 등은 각종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환율 측면에서 불리하다”며 “스테이블 코인은 거래 비용이 훨씬 저렴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환차익을 노리는 핫머니(단기 투기자금) 역시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기관 연구원은 “달러 표시 스테이블 코인의 쓰임이 확대될수록 미 국채 수요가 커지고, 미국의 달러 패권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달러 패권 유지를 위해서라도 스테이블 코인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에 시장을 잠식당하지 않으려면 원화 표시 스테이블 코인 시장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며 “스테이블 코인 문제를 계기로 금융당국에서만 관할하던 암호화폐 대응을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태스크포스(TF) 차원에서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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