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개천절인 3일에도 국회를 찾아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차례로 만나 협의체 구성 방안도 논의했다. 의료계가 2025년도 의대 증원 철회를 요구하며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자 정부와 국회가 재차 해법 마련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한 총리는 우선 우 의장을 만나 “정부는 여당과 협의해 의료계에 사전 의제 없이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며 “빨리 만나서 이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우 의장은 “대학 입시가 시작된 데다 의대생 휴학 문제도 생겨 시간이 많지 않다”며 “이럴 때야말로 여야의정 협의체를 띄워 (의정 갈등 문제 해결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얼마나 유연하게 임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정부가 유연하게 접근해야 의료계도 화답하고 결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우 의장과의 면담을 마친 뒤 한 대표와 의견을 나눴다. 한 총리는 “한 대표가 의료계를 만나 협의할 때 정부 입장을 잘 말씀해 달라”며 “법률도 국회에 있고, 예산 편성 등 과정에서 국회 협조가 필요한 점을 국회의장께 진솔하게 부탁드렸다”고 했다. 이어 “의제를 정하지 않고, 전제 조건을 달지 않고, 모두 다 참여해 진솔한 방안과 협의를 논의해 보자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협의체가) 더 늦어지면 더 어려워질 것이고, 국민이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를 같이하고 있다”며 “지금이 대화를 시작할 때라는 말씀을 다시 한번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속히 협의체가 출발할 수 있도록 여당이 최선을 다하겠다. 정부도 최선을 다해줄 것으로 알고 앞으로도 그래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와의 비공개 대화 후 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여야의정 협의체가 문제를 해결하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개천절에도 국회를 찾은 이유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의료 문제와 관련된 국민의 걱정이 큰 만큼 휴일이라고 손 놓고 있을 수 없다고 한 총리가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은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지만 의료계가 참여를 거부해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는 여전히 2025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를 참여 전제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