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주요 조선주가 급락한 가운데, 중국 경기부양책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향후 후판 가격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증권가는 후판 가격이 인상되더라도 계약 선가에 충분히 전가할 수 있는 만큼 건조마진 훼손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지난주 조선주 낙폭이 과도하다고 짚었다.
30일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지난 29일 HD한국조선해양(-7.3%), HD현대중공업(-6.7%), 삼성중공업(-6.3%), 한화오션(-4.5%), HD현대미포(-6%) 등 조선주가 두루 하락했다"며 "HD현대, 한화가 입찰 경쟁하던 Hapag-Lloyd 컨선 24척을 New Times와 양쯔장(YZJ)이 최근 캐파 증설을 기반으로 싹쓸이한 영향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당일 양쯔장 주가도 똑같이 급락(-6.3%)했기 때문에 이 요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대제철이 중국산 후판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신청한 점도 이유는 아니라고 봤다. "조사부터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반년 이상이 걸리고, 국내 대형 조선사 야드는 보세구역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실적 훼손 가능성은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한 연구원은 중국 경기부양책으로 철광석·구리 등 원자재값이 상승한 데 따른 후판 가격 우려를 주된 급락 이유로 꼽았다.
그는 "시장에서 조선주 평가가치(밸류에이션)를 2026년 말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남은 4개 반기 동안 후판 가격 상승률과 조선주 실적 훼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중국의 후판 가격 상승 시 국내 철강업체들도 후판 가격 인상에 대한 명분이 생긴다. 조선 3사의 후판 수입 비중이 한·중·일 각각 70%, 20~25%. 5~10%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한 연구원은 "과거 하락사이클의 경우 후판 가격 상승 기간 동안 조선사의 가격 협상력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대로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현재는 공급 제한 걸어놓고 선가를 높여 받는 형국이다. 조선 3사의 백로그도 약 3년치 이상으로 가득 차 있는 상황이어서 과거와 달리 판매자 주도의 시장(Seller's Market)이 형성돼 조선사의 가격 협상력은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선업 상승 사이클 구간에서 후판 가격이 오르더라도 계약 선가에 충분히 전가가 가능한 상황이어서 건조 마진 훼손은 제한적"이라며 "조선주 비중에 대해 '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미국 CPI로 역조정한 값으로 나타내면 현재 신조선가지수 레벨은 하락사이클을 겪고 있던 2009년 11월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아직도 상승 여력은 충분히 남아있다는 판단으로, 후판 가격 상승 시 신조선가지수의 지속적인 상승세를 전망한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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