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그제 4년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단숨에 0.5%포인트를 내린 ‘빅컷’이었다.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으로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금리 인하 시기를 저울질하던 주요국의 선택폭이 넓어졌다. 미국에 앞서 금리를 내린 유럽중앙은행(ECB), 스위스, 캐나다 등은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역시 글로벌 금리 인하 대열에 동참할 것이 당연해 보인다. 다른 나라에 비해 물가가 빠르게 안정을 찾은 데다 내수 부진도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치솟는 집값과 과도하게 불어난 가계부채가 부담스럽다.
지난달에는 서울 아파트매매가격지수가 5년11개월 만에 최대폭 올랐다. 이달부터 시행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앞두고 수요가 몰린 영향도 있지만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8·8 주택공급 대책이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한 탓이 크다. 이달 들어 대출규제 강화 효과로 서울의 집값 상승폭이 축소되기는 했다. 하지만 언제든 다시 집값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며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큰 것도 사실이다. 금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확실하게 집값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8·8 대책을 속도감 있게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 8·8 대책은 사업 절차 간소화로 재개발·재건축 속도를 높이고 서울과 수도권의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촉진할 특례법 등을 처리해야 할 국회가 특검법 등 ‘정쟁 법안’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가뜩이나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중장기 대책들이다.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국회가 민생 차원에서 협조할 필요가 있다.
8·8 대책을 보완할 단기 공급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최근 한경 설문조사에서 부동산 전문가들은 ‘생활형숙박시설·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규제 완화’ ‘분양가 상한제 폐지’ ‘공사비 현실화와 금융비용 부담 완화’ 등을 보완 대책으로 꼽았다. 정부도 대책을 던져놓고 말 게 아니라 11월 예정인 그린벨트 해제 지역 발표를 앞당기거나 정책을 보완하는 등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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