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나 빌라 또는 상가 등은 ‘대지 평당 얼마’라고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 즉 대지 지분의 크기에 따라 부동산 가액이 형성되는 것이 거래 관행이다.
재건축 진행이 예정된 건축물은 대체로 노후했다. 너무 오래돼 공간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건축물을 철거해버리고 맨땅에 새 아파트를 짓는 사업을 계획한 것이다.
지상에 있는 오래된 건축물을 철거해버리면 남는 것은 땅뿐이다. 그렇게 남은 땅이 크면 그만큼 새로운 아파트를 많이 지을 수 있고 따라서 일반 분양수익이 높아진다.
반면 땅 자체가 크지 않으면 지을 수 있는 아파트 숫자 자체가 낮아지므로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다. 노후 건축물이 깔고 앉아 있는 땅의 크기가 중요한 이유다.
따라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재건축 아파트나 상가 조합원이 내놓는 재산은 멸실 대상인 쓰러져가는 노후한 건축물이라기보다는 사실상 땅이라고 볼 수 있다.
감정평가 관련 규정에서는 종전자산의 감정평가에 대해 “종전자산의 감정평가는 조합원별 조합출자 자산의 상대적 가치 비율 산정의 기준이 되므로 대상 물건의 유형·위치·규모 등에 따라 감정평가액의 균형이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합원 간에 각자 내놓는 재산이 어느 정도의 가치인가의 문제는 개별 조합원에게 추가 분담금이나 환급금과 직결된다. 따라서 과연 내가 내놓는 재산이 다른 조합원과 비교했을 때 형평성 있게 평가받았는가, 손해는 없는가 하는 부분이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특히 동일 사업장 내 빌라, 상가, 아파트 등 조합원이 소유한 부동산 유형의 구성이 다양할수록 이런 문제가 더욱 불거지게 되는 경향이 있다. 형성되는 거래액도, 대지 지분의 크기도 개별 부동산의 유형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합원이 소유한 부동산의 유형이 예컨대 아파트로 단일하다면 종전자산평가와 관련하여 대지 지분 문제가 없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렇지 않다. 심지어 30년도 더 지난 옛날에 지었던 많은 아파트에서 아파트 평수마다 배분된 대지의 비율이 다른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25평 아파트는 대지면적이 10평으로 대지의 크기가 아파트 평수의 40%이지만 같은 단지 내라도 50평 아파트의 대지면적은 30평으로 대지의 크기가 아파트 평수의 60%인 경우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25평 아파트 2개에서 나오는 대지는 20평이고, 50평 아파트 1개에서 나오는 대지는 30평이다. 내놓는 아파트의 평수는 50평으로 똑같지만 내놓는 땅의 크기는 50평 아파트가 50% 더 크다.
이럴 때 25평이나 50평이나 똑같이 평당 1000만원씩으로 종전 자산 가액을 산정한다면 타당(일반적인 평가의 경우 대체로 평수가 넓어질수록 평균 단가가 낮아지지만 단순 비교를 위해 이는 고려하지 않음)할까.
50%나 더 큰 땅을 내놓고도 33평 아파트를 분양받는데 내는 추가 분담금이 똑같다면 대지면적이 큰 조합원으로서는 사업에 참여하면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예를 든 것처럼 옛날에 지어진 아파트는 대지의 크기가 불균등한 비율로 배분된 경우가 많다.
사견으로는 노후한 재건축 예정 아파트의 조합원들 간 출자자산을 균등하게 책정하려면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질 건축물보다는 새 아파트를 지을 땅을 내놓는다는 관점에서 대지면적의 크기를 충분히 고려해 가액을 산정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본다.
박효정 로안감정평가사사무소·토지보상행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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