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살 남자도 2번이나 울고 나왔네요."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느낌이었어요."
"요즘 '사랑의 하츄핑' OST만 반복 재생 중이요."
"한국의 디즈니를 제대로 말아줌."
"노래가 '겨울왕급' 급이다."
국내 애니메이션 영화 '사랑의 하츄핑'(감독 김수훈)이 어린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마음마저 사로잡으며 무섭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더빙 애니메이션 특성상 평일에는 오전~이른 오후에만 편성되는데, 저녁에도 상영해달라는 성인 관객들의 요청까지 쏟아지는 중이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적인 스토리, 시선을 끄는 완성도 높은 영상미와 함께 영화의 인기 요인으로 꼽히는 건 바로 음악이다. 유·아동 콘텐츠의 절대 강자였던 TV 시리즈 '캐치! 티니핑'은 극장으로 옮겨지며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변모, 마침내 어른들을 홀리는 데까지 성공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모션 왕국의 공주 로미가 짝꿍 티니핑으로 찜한 '하츄핑'을 만나러 가는 여정, 이들의 마음이 통하는 과정이 다채로운 매력의 6곡과 함께 펼쳐진다.
짝꿍 티니핑을 찾겠다는 설렘을 담은 밝고 경쾌한 '나만의 티니핑'부터 운명적으로 끌린 '하츄핑'에 대한 간절함을 뭉클하게 표현한 '처음 본 순간', 하츄핑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에너제틱한 멜로디의 '두근두근 내 마음', 별빛 아래서 하츄핑과 우정을 노래하는 몽환적이고 희망적인 분위기의 '우리 함께', 위기의 순간에서 힘차게 의지를 다지는 '너에게 갈게', 우정과 사랑을 되찾고 평화가 찾아온 상황을 합창으로 벅차게 표현한 '사랑의 기적'까지 겹치는 구석 없는 음악들이 퀄리티 높은 국산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완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뜻밖의 녹음실에서 '사랑의 하츄핑' 음악을 담당했던 김태호 음악감독을 만났다.
김태호 음악감독은 "작업을 힘들게 마쳤는데 영화가 잘 되고 있다고 하니 보람이 있다. 준비 기간부터 음악 작업, 후반 작업까지 1년 정도 걸렸다. 다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성우 녹음·광고·유아 콘텐츠 음원 등을 제작하는 뜻밖의 녹음실을 운영 중인 김 음악감독은 TV 시리즈 '캐치! 티니핑'부터 이어져 온 인연 덕에 영화 작업에도 참여하게 됐다. 그는 "TV 시리즈에서 나온 음악들을 저희가 작업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제의가 왔다. 너무 좋아하는 IP라서 당연히 꼭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뮤지컬 애니메이션 넘버를 제작하는 건 김 음악감독에게도 도전이었다. 각 캐릭터의 특징을 강조한 TV 시리즈 음악과는 달리 스토리의 흐름에 맞게 연결성을 부여하고 긴 호흡을 가져가야 하는 작업이었다. 여러 뮤지컬 작품들을 보면서 연구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김 음악감독은 "TV 시리즈에 들어가는 음악들은 특정한 캐릭터나 전체적인 티니핑들에 대한 거라 그 노래로 시작해 그 노래로 끝나면 되는 느낌이었다면 극장판에 들어가는 건 스토리 사이사이에서 감정을 극대화해주는 장치가 되어야 했다. 이에 신경 써서 작업했다. 앞에 나온 장르와는 다른 느낌으로 이어져 갈 수 있도록 넘버를 연속성 있게 배치하려 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참고할 만한 게 많지 않았지만, 김수훈 총감독 덕에 영상에 딱 붙는 음악이 나올 수 있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감독님이 처음 시나리오를 주고 각 곡의 특성이나 표현되어야 할 강점을 디테일하게 알려줬다"면서 "감정의 흐름을 음악적 언어로 분석하고 해석한 뒤 작업해 들려드렸다. 가사도 초안을 쓰고 감독님께서 키워드를 주면 그에 맞춰 멜로디 및 편곡 작업을 하면서 한 곡씩 완성해 갔다"고 전했다.
총감독이 특히 강조하며 직접 적은 가사는 '처음 본 순간 / 나는 빠져버렸어'였다고 한다. 김 음악감독은 "로미가 하츄핑을 처음 만났을 때의 감정이 극대화해야 한다면서 그 가사를 주셨다"고 했다.
놀라운 건 어른 팬들의 유입이다. "음악 때문에 눈물 참기가 더 힘들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니뮤직에서는 '사랑의 하츄핑' OST 앨범의 스트리밍 소비가 영화 개봉 후 일주일 만에 평균 161%나 증가하기도 했다.
김 음악감독은 "솔직히 이런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이들은 좋아할 거라 생각했지만 어른들은…"이라면서도 "사실 작업하면서도 울컥울컥했다. '나한테도 이런 감성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신기했었다"며 웃었다.
다만 작업 과정에서 '가족 영화'라는 인식은 확실히 가지고 갔다고 했다. 그는 "총감독님과 음악에 대해 처음 의견을 나눌 때 유아들을 위한 음악이라기보다는 가족들이 봤을 때도 유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기존 동요 작업하듯이 하진 않았다. 편곡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강조했다.
가창에는 로미 공주 역에 뮤지컬 배우 송은혜가 발탁됐다. 송은혜는 성악을 전공해 팝페라 가수로 활동하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크리스틴 역까지 맡은 실력 있는 뮤지컬 배우다. 김 음악감독은 "로미 캐릭터에 맞는 보컬을 찾는 게 제일 중요했다. 목소리 자체에 설렘과 기쁨이 있으면서도 후반부에서는 힘이 느껴지는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중요했다"면서 "많은 분을 상대로 오디션을 보고 가녹음을 진행했다. 송은혜 배우가 목소리의 깊이나 감정 표현이 로미 캐릭터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 같이하게 됐다"고 밝혔다.
'처음 본 순간'은 그룹 에스파 윈터 버전이 나오기도 했다. 김 음악감독은 "윈터 님이 하게 됐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완성된 편곡이 있었는데 너무 무거웠던 것들, 소스들을 덜어내고 조금 더 가요에 맞는 톤 앤 매너를 가져가기 위해 편곡 작업을 했다. 평소 윈터 님 보컬이 약간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중에서 따뜻하고 밝은 느낌이 너무 과하지 않게 표현된 것 같아서 좋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녹음 당시 분위기를 묻자 "(윈터가) 현장에서도 너무 잘해줬다"면서 "여러 요청을 드렸는데 의견을 잘 들어주시고 오히려 스스로 먼저 '이렇게도 해보겠다'고 신호를 주셔서 더 좋게 잘 나온 것 같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 음악감독은 OST 6곡 모두 애정이 크다며 미소 지었다. 그런 그에게 '사랑의 하츄핑' 음악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감정이 무엇인지 묻자 6번 트랙인 '사랑의 기적'을 언급했다. 김 음악감독은 "갈등을 다 해결하고, 앞으로 더 행복해지는 모습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던 곡이기 때문에 제일 핵심적이지 않을까 싶다. 엔딩곡이다 보니까 모든 스태프, 작업자들이 전부 참여했다. 전 직원이 합창으로 노래를 불렀다. 노래도 다른 곡들과 다르게 두, 세 곡을 합쳐서 만든 거였다. 우리한테도 의미가 있는 곡이지 않나 싶다"고 했다.
영화에 포함되진 않았으나, 개인적으로 만들고 싶었던 곡이 있었냐는 물음에는 로미 공주를 돕는 친구 마리를 떠올렸다. 마리는 로미 공주 곁에서 유쾌하고 발랄한 매력으로 힘을 북돋는 캐릭터다. 영화관에서 어린이 관객들이 제일 '빵빵' 터지는 부분이 바로 마리가 나오는 장면이다.
김 음악감독은 "'겨울왕국'에서 올라프 노래를 좋아한다. 극 중에서 환기가 될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캐릭터가 마리였다. 무게가 있는 노래들 사이에서 재미 요소로 들어가면 어떨까 싶었다. 아쉽게도 작업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음악 관련 관객 반응은 무엇이었냐는 질문에는 3번 트랙 '두근두근 내 마음'을 언급하며 "로미가 아이돌 복장을 하고 안무에 맞춰서 노래하는 부분이 신선했다고 하더라. '티니핑'에서도 그런 풍의 노래는 많이 없었기 때문에 신선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또 "'처음 본 순간'에 관한 얘기는 많이 들었다. 멜로디와 음악이 너무 좋다고들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어른들이 좋아한 포인트 중에는 '입이 잘 맞는 더빙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평소 해외 뮤지컬 애니메이션에 한국어가 얹힌 더빙 작품을 봐온 부모들에게 호평을 얻었던 바다.
이와 관련해 김 음악감독은 "보통 보는 뮤지컬 애니메이션이 해외 더빙이다 보니까 가사를 번역해서 입에 붙여도 100% 맞지 않을 때가 많다. 더빙 작업하면서도 시작과 끝이 얼추 맞으면 '넘어가자'는 식이다. 하지만 이번 작업은 곡을 먼저 써놓고 선녹음을 한 상태에서 작업했기 때문에 더 잘 맞았을 거다. 나도 보면서 그런 부분들이 잘 나왔다고 생각했다"고 만족해했다.
그러면서 "입이 크게 보일 때가 있다. 다음 브릿지로 넘어갈 때 오므린 발음을 하는지, 열린 발음을 하는지 그에 따라 캐릭터의 입 모양이 맞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어린이들과 같이 보는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은 그 자체로 귀한 일이다. 실제로 '사랑의 하츄핑' 관람 후기에는 "아이와 좋은 시간을 보내서 기쁘다"는 말이 많다.
김 음악감독은 "음악 하나가 아이들의 시간을 즐겁게 만들어 준다는 걸 굉장히 많이 느끼고 있다. 아이들이 이걸 부모님이랑 같이 보는 시간을 즐길 것이고, 아이가 음악에 맞춰 춤추는 모습을 보는 부모님에게도 좋은 추억일 것"이라며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작업하다 보면 동심에 동화가 되냐고요? 기본적으로 그런 마음이 없으면 이 작업을 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동심의 눈으로 사물을 해석하는 마음이 없으면 이런 가사를 쓰기도, 멜로디를 쓰기도 힘들어요. 쓴다 한들 공감받기 쉽지 않을 겁니다. '나는 이 노래가 마음에 들진 않지만, 너희들은 좋아할까?' 이런 마음으로는 절대 아이들이 좋아할 곡이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동화가 돼서 그런 걸까요?" (웃음)
K컬처의 화려함 뒤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땀방울이 있습니다. 작은 글씨로 알알이 박힌 크레딧 속 이름들.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스포트라이트 밖의 이야기들. '크레딧&'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하는 크레딧 너머의 세상을 연결(&)해 봅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