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에 새로 이름을 올린 국회의원들의 평균 재산이 약 26억8100만원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신규등록 의원 147명의 재산 평균입니다. 이들의 재산은 지난 5월 30일을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국회의원들과 일반 국민들과의 자산 격차는 얼마나 될까요? 지난해 말 한국은행과 통계청,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국내 가구당 평균 자산은 5억2727만원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회의원들의 평균 재산과는 꽤 격차가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따르는 재산 공개의 '기준'을 고려하면, 국민과 의원 간의 자산 격차는 더욱 확대됩니다.
국회의원이 따르는 재산 공개의 '기준' 때문입니다. 공직자윤리법 제4조(등록대상재산) 3항에 따르면 "주택은 부동산가격 공시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시가격 또는 실거래가격"에 따라 등록 재산의 가액을 산정하게 되어 있습니다.
공시가격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실거래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현실 왜곡'은 이 법에서 규정하는 '실거래가격' 역시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아니라는 데서 발생합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실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재산을 신고하는 의원들은 매매 당시의 취득 가격을 이용합니다. 대부분의 의원은 과거의 '취득 가격'과 '공시 가격' 중 더 낮은 금액을 써내는 식입니다.
이 때문에 의원들이 공개한 재산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이 소유한 주택 가액이 현재 실거래가와의 차이가 큰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최근 가격이 치솟은 서울 강남구·서초구에 아파트를 보유한 의원들의 재산은 신고액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서초구 한강변의 재건축 대어인 신반포2차를 보유한 이언주 민주당 의원은 보유한 아파트 가액을 15억9200만원이라고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이 아파트 해당 평수의 최근 실거래가는 27억5000만원입니다. 신반포2차 바로 옆, 역시 재건축을 진행하는 신반포4차의 소유주 양문석 의원은 아파트 가액을 31억2000만원이라고 신고했지만, 이 물건의 최근 실거래가는 41억5000만원입니다.
주택 가액이 커질수록 신고가액과 최근 실거래가 격차는 더욱 커집니다. 강남구 압구정 한양아파트를 소유한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아파트 가액을 33억4600만원이라고 신고했지만, 최근 실거래가는 56억에 달했습니다.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 현실화'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아파트 시세를 반영하지 않은 재산 공개가 국민들에게 '착시 효과'를 줄 수 지적입니다.
여러 시민단체는 이런 허점을 가진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규정이 사실상의 재산 축소 신고를 부추긴다며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야가 합의만 한다면, 어려운 법 개정이 아닌데도 정치권은 몇 년째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