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브로커가 활개 치고 있다. 온라인 오픈 채팅방에선 “임신 10주 100만원·19주 200만원, 미성년자 상담 환영”이라며 임신 중절을 주선하는 중개인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일부 산부인과는 광고까지 해가며 ‘낙태 영업’을 한다. 낙태죄가 폐지된 지 5년이 넘었지만, 국회의 직무유기 탓에 ‘낙태 무법지대’가 돼버린 우리나라 현실이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형법상 낙태죄 처벌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국회에 2020년 말까지 대체 입법을 주문했다. 태아의 생명권과 산모의 자기결정권 간 조화와 균형을 찾아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지만, 낙태는 불법도 합법도 아닌 모호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 결과 2019년 2만6985건이던 낙태 건수가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이후인 2020년에는 3만2063건(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1 낙태 실태 조사’)으로 급증했다. 지난 21대 국회에는 임신 주수 기준을 아예 폐지하는 법안부터 24주까지는 낙태를 허용하는 안까지 6건의 개정안이 상정됐지만, 국회의 수수방관 속에 모두 폐기처분됐다. 경찰은 최근 36주 태아 낙태 경험담을 올린 20대 유튜버와 수술을 해준 70대 병원장을 낙태죄 대신 살인죄로 입건하는 궁여지책을 동원해야만 했다. 하지만 낙태죄가 폐지된 마당에 사건이 제대로 처리될지 의문이다. 아무리 무능하고 무책임한 국회라지만 이런 직무유기가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다. 국가 소멸 위기를 막기 위해 지난 한 해에 쓴 저출산 대응 예산만 48조2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배 속의 태아를 낙태 수술장에 방치하는 상황에서는 그 어떤 저출산 극복 대책도 어불성설이다. 22대 국회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대체 입법 마련을 최우선으로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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