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교회를 지을 때 ‘소리’가 중요했다. 교회 음악에 어울리는 잔향 시간은 5~10초다. 소리가 풍부하게 울리다 천천히 사라져야 한다. 넓은 실내와 높은 천장, 돌로 만든 단단한 내부 재질은 이를 위한 구조였다. 이에 비해 바흐, 비발디 등 바로크 음악은 명료한 소리가 특징이다. 소리가 안 울리는 작은 방에서 연주가 이뤄져야 한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소리의 과학에 관한 책이다. 다른 말로 음향학이다. 콘서트홀을 다룬 부분이 눈길을 끈다. 콘서트홀은 음향학 지식을 총동원해 만들어진다. 에어컨 소리 등 소음을 억제해야 하고, 연주자가 서로의 소리를 들으며 합주할 수 있게 연주자가 듣는 소리의 잔향 시간이 길어선 안 된다.
콘서트홀은 직사각형, 원형, 부채꼴형 등 형태가 다양하다. 부채꼴은 한국에서 가장 흔하다. 많은 관객을 수용하면서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대신 소리가 풍부하게 반사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슈박스형’이라고도 하는 직사각형 홀은 유럽에 많다. 측면 벽이 초기 반사음을 전달해 공간감을 풍부하게 한다. 소리가 선명해 청중이 무대를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다. 많은 좌석을 배치하기 어렵고, 반사음을 최적화하기 위한 설계와 건축이 까다롭다.
빈야드형은 관객석이 무대 주위를 원형이나 타원형으로 감싸는 형태다. 서울 롯데콘서트홀이 빈야드형으로 지어졌다. 관객이 무대에 가깝고 시야를 가리지 않지만, 음향의 균일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저자는 “다시 19세기의 직사각형 홀로 돌아가는 게 요즘 콘서트홀의 트렌드”라고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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