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거래가 완료된 조 단위 ‘빅딜’은 MBK파트너스의 지오영 인수(1조9500억원)뿐이었다. 침체한 국내 인수합병(M&A) 시장 분위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하반기 들어서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현재 매각을 추진중이거나 거론되는 조단위 매물은 3~5건에 달한다. 인수금융 금리가 떨어지며 ‘실탄’ 조달 부담이 줄어들자 에코비트와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등 대형 거래가 차례로 흥행을 이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전략적투자자(SI) 10여 곳이 국내 2위 산업용 가스회사 에어프로덕츠코리아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등에 산소와 질소, 아르곤 등을 정제해 공급하는 산업용 가스 제조회사다.
이 회사의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328억원으로 몸값이 최대 5조원대까지 거론된다. 이런 초대형 매물에 인수 후보가 10여 곳이나 등장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IB업계 관계자는 “5조원대 매물을 인수할 여력이 있는 PEF들은 사실상 모두 에어프로덕츠코리아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영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물로 나온 국내 최대 폐기물 처리 업체 에코비트의 매각 작업도 흥행에 성공했다. 칼라일과 케펠인프라스트럭처, 거캐피털파트너스 등이 치열하게 막바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실탄 확보가 수월해진 PEF들이 활동을 재개하자 사업 구조 재편을 계획 중인 대기업들은 비주력 사업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 SK그룹이 대표적이다. SK그룹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비롯해 비주력 계열사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도 매각할 사업을 솎아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 대형 PEF 운용사 관계자는 “대기업 카브아웃(구조조정을 위한 계열사·사업부문 분리 매각) 매물이 시장에 나온다면 인수전에 뛰어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종관/차준호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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