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어디 어디 시공사 정하나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서울에서 상당수 단지가 경쟁 입찰로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사업지는 이달 입찰 공고를 내는 용산구 한남동 한남4구역이다. 지하 7층~지상 22층 51개 동, 총 2331가구의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사업비만 1조7854억원에 달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간 3파전이 예상된다. 강남구 도곡개포한신은 지난달 1일 입찰 마감 결과 DL이앤씨와 두산건설 간 대결로 압축됐다. 이달 31일 조합원 총회로 시공사가 결정된다.
하반기 입찰을 시작하는 곳도 관심을 끈다. 강남구 압구정 정비사업지 중 규모가 가장 큰 압구정3구역(5810가구)은 연내 시공사 선정과 정비계획안 고시를 목표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수주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이고 있다. 총공사비가 8000억원대에 달하는 방배15구역도 이달 말 입찰공고문을 낼 계획이다.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12일 2343억원 규모의 동작구 사당5구역 재건축 사업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동작구 사당동 303 일대에 12개 동 510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다음달 초 조합원 총회를 통해 최종 시공사가 결정된다.
서울의 한 조합 관계자는 “공사비가 계속해 올라가는 이 시점에선 빠른 시공사 선정이 비용 절약과 직결된다”며 “하이엔드 브랜드 건설사가 경쟁 입찰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지역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왜 정비사업 수주에 관심 갖나
대형 건설사가 수주전에 다시 나서는 건 정비사업이 검증된 미래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요 지역에 브랜드를 단 아파트를 짓는 게 향후 추가 수주에 유리할 수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16일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정비사업 우선협상 대상자(총공사비 6970억원)로 선정됐다. 3.3㎡당 공사비는 840만원으로 인근 900만원 선보다 조금 낮다. 일각에선 공사비 리스크를 감수하고라도 핵심 지역에 깃발을 꽂아두는 게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도움이 되고, 장기적으로 주변 정비 사업지 수주 경쟁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본다.지난달 2일 입찰의향서 접수를 마감한 방배7구역도 강남권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건설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조합은 1차 유찰에 이어 2차 입찰에서도 3.3㎡당 957만원(공사비 약 1772억원)을 고수했지만, SK에코플랜트와 호반건설이 입찰의향서를 제출했다. 최고 19층, 316가구 규모다. 두 회사 모두 강남 사업지에 깃발을 꽂는다는 의미가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신반포21차에 이은 두 번째 ‘드파인’ 사업지로 낙점했다. 호반건설 역시 방배7구역을 시작으로 강남 재건축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최근 한남5구역에 단독 응찰한 DL이앤씨는 업계 최초로 한강을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한강 변 ‘아크로’ 브랜드타운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사업지에 수주 물량을 확보하는 게 비용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건설사가 일찌감치 수주해 두면 향후 일감을 넉넉히 확보하는 건 물론 입찰 시점부터 착공 전까지 물가 상승분 등을 공사비에 반영할 수도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하반기엔 역세권 입지나 지역 내 상징성이 높은 알짜 단지 입찰이 많다”며 “회사별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알릴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