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같은 카리스마를 뽐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김예지(31·임실군청)가 주 종목인 25m 권총에서 본선 탈락했다. '0점' 처리된 한 발로 인해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음에도 그는 이를 "빅이벤트"라 표현하며 당차게 4년 뒤 올림픽을 기약했다.
김예지는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대회 사격 25m 권총 본선에서 전체 27위로 결선 티켓을 얻지 못했다.
25m 권총은 5분 내 5발씩 6회를 쏘는 완사 사격(30발), 표적이 3초 동안 나타났다가 사라진 뒤 7초가 지나 다시 등장하는 속사 사격(30발)로 나뉘어 진행된다. 완사와 속사를 합쳐 총 600점이다.
김예지는 완사를 290점으로 무난하게 마무리했지만, 급사 11번째 사격에서 3초 이내에 격발을 하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르며 합계 575점으로 결선 티켓을 따내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실망감을 안겨드려 정말 죄송하다. 많이 기대하시고 응원해 주셨을텐데 제가 빅이벤트를 선사하는 바람에 실망감이 커졌을 거라 생각한다"는 글을 남겼다.
그러나 이내 "여러분들의 따듯한 응원과 관심 너무 감사했다. 저는 이제 4년 뒤 LA 올림픽을 다시 준비할 생각이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면서 "그땐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미소를 띈 채로 경례를 하고 있는 이모티콘을 달아 특유의 유쾌한 에너지도 더했다.
김예지는 지난달 28일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은메달을 따면서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었다. 경기에 집중하는 냉철한 표정이 화제가 되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까지 찬사를 보냈던 바다.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엑스(구 트위터)에 김예지의 사격 모습을 공유하며 "액션 영화에도 사격 세계 챔피언이 나온다면 멋질 것 같다. 그를 액션 영화에 캐스팅해야 한다. 그는 연기할 필요도 없다"고 극찬했다.
이에 김예지는 "내게 이런 일이 생겨서 믿을 수 없고, 대단한 영광이다. 2일과 3일에 경기가 있으니 한 번 보러 오겠느냐"는 답글을 남기기도 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