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개막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선수단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저조했다. 143명, 역대 최소 규모 선수단. 구기 종목 대부분이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고, 전 종목에 걸쳐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선수단 출정과 함께 발표된 목표는 ‘금메달 5개’, 2021년 도쿄 대회의 6개보다 적었다.
막상 뚜껑이 열리자 분위기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개막 사흘 만에 목표였던 금메달 5개를 달성했다. 지난 1일 펜싱 사브르 남자 단체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2021년 도쿄 대회와 같은 기록으로 올라섰다. 내친김에 2012년 런던 대회(금메달 13개) 이후 이루지 못한 두 자릿수 금메달까지 가능하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당초 대한체육회는 양궁과 펜싱에서 각각 금메달 3개와 2개가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변은 사격에서 시작됐다. ‘19살 스나이퍼’ 오예진이 여자 공기권총 10m에서 대한민국에 첫 금을 안겼고, ‘고교생 소총수’ 반효진(대구체고2)은 공기소총 10m에서 한국 하계올림픽 역대 최연소 나이(16년10개월18일)로 대한민국의 100번째 금메달을 획득했다.
‘믿고 보는’ 양궁과 펜싱도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양궁 남녀 단체전은 각각 10연패, 3연패 진기록을 세웠다. 펜싱 오상욱(27)은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로 한국이 목표했던 다섯 번째 금메달을 완성한 데 이어 1일 구본길(35)·박상원(24)·도경동(25)과 함께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하며 목표치를 넘겼다.
대회 초반 낭보가 이어지면서 선수단 전체에도 자신감이 붙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선수촌 내에서 선수단 사기가 크게 올랐다”고 전했다. 한국 선수단의 기세가 오르면서 앞으로 깜짝 메달이 더 나올 가능성도 크다는 기대가 나온다.
추가 금메달을 기대할 종목도 많다. 양궁에서는 남녀 개인전에서 대표단 6명이 전원 16강에 진출했다. 개인전에서 16강까지 단 한 명의 이탈자 없이 생존한 것은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처음이다. 모든 선수의 기세가 절정이라 금메달을 따낼 가능성이 높다. ‘셔틀콕 황제’ 안세영(22)은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노린다.
탁구에서도 메달을 노린다. 탁구 혼합 복식에서 동메달을 딴 ‘삐약이’ 신유빈(20)은 3일 2004년 김경아 이후 20년간 끊긴 탁구 여자 단식 메달에 도전한다. 양지인(21)은 같은 날 여자 25m 권총에서, 여서정(22)은 도마에서 메달 사냥에 나선다.
2021년 도쿄 대회 근대5종 동메달리스트인 전웅태(29)도 있다. 전웅태, 서창완(27), 성승민(21), 김선우(27)가 나서는 근대5종은 올림픽 직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역대 최고 성적을 낸 바 있다. 최근 올림픽에서 부진했던 태권도에서는 박태준(20), 서건우(21), 김유진(24), 이다빈(28)이 종주국의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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