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의 추락이 잇따르고 있다. 한때 3조원대 몸값을 자랑하던 농산물 유니콘 기업인 트릿지가 실적 악화로 작년 말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이후 신규 투자금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 2호 유니콘 기업이던 옐로모바일은 지난 4월 폐업 절차를 마무리했다. 고금리 기조와 기업공개(IPO) 축소에 따른 투자 한파 속에 옥석 가리기가 스타트업을 넘어 유니콘 기업으로까지 확산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유니콘 기업은 미래 신산업의 주역인데, 기업 숫자와 가치 등 모든 유니콘 경쟁력 지표에서 우리나라가 한참 뒤처져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유니콘까지 사라지는 현상을 예사로만 보기 어렵다. 한국경제인협회 분석 결과,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수가 2.7배(449개→1209개) 늘어나는 동안 한국의 유니콘 기업 수는 1.4배(10개→14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한국 유니콘 기업의 전 세계 비중은 2.2%에서 1.2%로 거의 반토막 났다.
이런 배경에는 인재, 기술 부족과 함께 상대적으로 열악한 자본 생태계가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해외 유니콘 기업이 창업 후 등재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7.15년인 데 비해 국내 유니콘 기업은 9.6년으로 더 길다. 이 과정의 자금 조달을 보면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벤처캐피털(VC)이 주도하고, 성장 후반기에 일부 사모펀드(PE)가 가세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해외 선진국은 VC와 PE 외에 대기업이 주도하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헤지펀드·뮤추얼펀드가 주식시장에서 벗어나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크로스오버 투자자 등 다양한 자본이 성장 단계에 맞춰 참여하고 있다. 유니콘 기업 수를 모범자본 시장의 선진화를 가늠하는 척도로 인용하는 이유다. 유니콘 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를 계기로 모험자본의 원활한 공급과 함께 유니콘 생애주기에 맞춘 투자 생태계를 위한 규제 개혁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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