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항공기 추락 사고에서 살아남은 조종사의 생존 이유가 밝혀졌다. 추락 과정에서 먼저 충돌한 컨테이너에 조종석이 끼여버린 덕분이었다. 이 조종사는 사고 항공기 탑승자 유일한 생존자다.
26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24일 네팔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에서 발생했다. 이륙 중이던 사우리아 항공 소속 봉바르디에 CRJ 200 항공기가 갑자기 추락했다. 항공기에는 조종사 2명과 항공사 직원·가족들 17명이 탑승한 상태였다.
이 사고로 타고 있던 19명 중 18명이 사망했다. 구체적인 사고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네팔 당국은 조사 위원회를 꾸려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마니시 라트나 샤키야 기장은 목숨을 건졌다. 사고 순간 항공기 동체는 공항 가장자리에 있던 컨테이너와 충돌한 뒤 활주로 동쪽 협곡으로 떨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조종석이 컨테이너에 끼였고 항공기의 다른 부분은 추락 후 산산조각이 났다. 조종석이 컨테이너와 먼저 충돌해 분리된 덕분에 샤키아 기장은 충격을 피할 수 있었다.
샤키아 기장은 추락 5분 뒤에 조종석에서 호흡 곤란 상태로 구조됐다. 머리와 얼굴 등을 다치고 등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민간항공국 측은 "샤키아 기장의 몸 상태가 나아지고 있다"며 "그는 건강을 회복한 뒤 사고 원인 조사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팔에선 항공기 추락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히말라야의 험한 산악 지형, 변덕스러운 날씨, 이·착륙이 까다로운 활주로, 항공기 노후화, 정비 불량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2000년 이후 네팔에서 비행기와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360명에 달한다. 작년 1월에도 휴양도시 포카라에서 착륙을 앞둔 여객기가 추락해 탑승자 72명 전원이 숨졌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