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위메프 본사는 25일 새벽부터 아수라장이 됐다. 큐텐그룹의 e커머스 위메프·티몬에서 결제가 취소되지 않자 직접 찾아온 소비자들로 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건물 1층에선 소비자들이 수기로 작성한 환불 신청서를 위메프 직원이 일일이 확인한 뒤 계좌로 입금했다.
이날 환불은 본사를 방문한 위메프 소비자에게 국한됐다. 원래 신용카드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가 환불해야 하지만 PG 업체들이 위메프·티몬에서의 기존 결제 취소를 막아 소비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환불 처리도 더뎠다.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는 “사무실에 방문해 환불을 신청한 1960여 명 중 1400명에게 환불을 완료했다”며 “이날 오후 8시 이후에 온 사람들은 26일 환불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액이 더 큰 티몬은 환불을 시작조차 못 하고 있다. 티몬 본사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폐쇄됐고 직원들도 자취를 감췄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티몬의 거래 추정액은 8398억원으로 위메프(3082억원)보다 2.7배 많다.
판매자 대금 정산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류 대표는 “위메프의 정산 지연금은 지난주 기준 약 400억원”이라며 “큐텐그룹 차원에서 자본 확보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위메프·티몬이 현재의 미정산 사태를 해결하고 정상화할 자금력을 갖췄느냐다. 두 회사 모두 자본잠식 상태고 대규모 누적 적자로 자금을 동원할 여력도 없다. 두 기업엔 심지어 재무 관련 부서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금 관리는 모기업 큐텐이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큐텐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에 주목한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했을 정도로 그룹 내 핵심 기업으로 꼽힌다. 자금력도 비교적 탄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큐익스프레스는 큐텐뿐 아니라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AK몰 등에서 이뤄지는 주문을 대부분 처리하고 있다. 미국 일본 싱가포르 인도 등 11개국에서 14개의 물류센터를 운영하면서 해외 직구, 역직구 주문도 소화한다. 국내에서도 경기 이천에 작년 말 대규모 물류센터를 열었다. 신선식품, 냉동식품까지 처리할 수 있는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추고 100여 곳의 고객사를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큐익스프레스의 지분과 자산을 담보로 금융권 대출을 받거나 매각해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태 해결의 키를 쥔 구 대표는 현재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한편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여행사들은 일제히 티몬·위메프와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국내 1위 여행사 하나투어는 이날 티몬·위메프에 “수십억원에 달하는 미정산금을 즉시 지급해달라”는 내용 증명을 보냈지만 결국 대금을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오는 31일까지 출발하는 예약 상품은 정상적으로 진행하되 다음달 1일 이후 예약 상품은 모두 취소하기로 했다.
안재광/라현진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