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글로벌 진출이 가능한 사업자가 등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티빙·웨이브 등 합병을 추진 중인 사업자들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OTT 먹구름'에도 선방하는 토종 OTT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은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2대 국회에 바라는 OTT 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 방향' 세미나에서 "티빙이나 웨이브가 적극적 투자로 유의미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티빙은 많은 투자로 넷플릭스와의 격차를 많이 줄였다"면서도 "학계·업계 모두 국내 미디어·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소장은 "다만 넷플릭스의 MAU(월간활성사용자수)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1300만명대를 넘어가지 못한 상태"라며 "티빙은 지속 투자로 MAU 700만명대에 이르렀고 늘어날 조짐이 보인다"고 했다. 웨이브에 대해선 "횡보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400만을 유지 중"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올해나 내년을 분기점으로 여러 계기가 있을 경우 넷플릭스 MAU를 넘어서는 사업자가 나타날 수 있는 희망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 조사를 보면 넷플릭스와 티빙의 MAU 격차는 역대 최소로 좁혀진 상태. 티빙 애플리케이션(앱) MAU는 지난달 기준 652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5% 늘었다. 이 기간 넷플릭스 MAU는 1131만명에서 1042만명으로 줄면서 티빙과의 격차도 크게 좁혀졌다.
티빙은 최근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등 화제성 높은 콘텐츠를 앞세워 국내 사용자를 빠른 속도로 늘리고 있다. 프로야구 미디어 중계권을 독점으로 따낸 것도 톡톡히 효과를 본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국내 주요 OTT 매출을 모두 합쳐도 넷플릭스엔 미치지 못한다. 영업손실도 만만치 않다. 티빙과 웨이브는 지난해 각각 1420억원, 791억원의 적자를 냈다. 업계 안팎에선 '티빙·웨이브 합병'을 통해 글로벌 OTT에 맞설 대항마를 키워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가 수백억~수천억원대 대작을 선보이면서 국내 콘텐츠 업계가 글로벌 OTT에 종속될 수 있다는 경고음도 커졌다.
OTT 글로벌화 발판은 '티빙·웨이브 합병'
OTT 산업이 정체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은 또 다른 난관이다. 코로나19가 강타했던 기간엔 OTT 산업이 급성장했는데, 최근 들어 성장률이 둔화했다는 것이다. 노 소장은 '플랫폼 글로벌화'를 강조했다. 그는 "웨이브·왓챠 등이 제한적으로 시도하기는 했지만 유료 구독형(SVOD) 사업자 중 본격적으로 플랫폼 진출을 시도하는 사업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추진은 실질적으로 글로벌화를 추진할 수 있는 OTT 사업자가 탄생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티빙·웨이브 합병 이후엔 플랫폼 간 경쟁 압력 약화로 콘텐츠 투자 회수율이 향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글로벌 진출을 노릴 수 있을 정도로 덩치를 키우면 플랫폼과 콘텐츠가 함께 해외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OTT 산업 시장을 획정할 땐 유튜브도 OTT로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튜브 프리미엄'의 경우 월정액을 내고 보는 서비스라 OTT의 성격을 갖는다는 이유다.
OTT 진흥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제언 또한 나왔다. 노 소장은 "OTT가 포함된 미디어 통합법제 하에서 OTT에 규제가 적용될 경우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사업자들은 규제를 우회할 가능성이 크다"며 "OTT 정책 기조가 진흥에서 규제로 전환되면 국내 사업자만 규제를 적용받아 넷플릭스와의 경쟁력 차이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OTT가 규제 법망을 우회한 대표적 사례로는 넷플릭스 조세 회피가 꼽힌다. 국세청은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납부한 법인세가 매출액 대비 0.5%에 불과하다면서 고강도 세무조사를 거쳐 800억원을 추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넷플릭스 측은 이에 불복해 조세 불복 심판을 청구한 데 이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