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05일 15:0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 오너일가 3세의 승계 작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를 통해 한화 지분 8.0%를 추가로 확보하고 나섰다. 앞으로 분할·합병 작업을 통해 3세 승계와 계열분리 작업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에너지는 이달 5~24일 한화 보통주 600만 주(지분 8.0%)를 공개매수하기로 했다. 이번 매수를 통해 한화에너지는 한화 지분을 9.7%에서 17.7%로 끌어올린다.
이번 공개매수는 승계작업과 맞물린다. 한화에너지는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이 부회장이 지분 50%,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각각 25%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매입으로 '김 부회장 등 삼형제→한화에너지→한화→그룹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구축될 전망이다. 현재 한화의 최대주주는 김 회장으로 지분 22.7%를 보유 중이다. 한화에너지(9.7%)과 김동관 부회장(4.9%) 등도 한화 지분을 적잖게 쥐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화에너지와 한화를 합병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한화그룹 관계자는 "합병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합병 과정에서 소액주주 반발이 커질 수 있어서다. 합병 과정에서 상장사는 주가를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산출한다. 반면 비상장사는 수익가치와 자산가치를 섞어 추산한다. 전날 한화의 시가총액은 2조원 수준이다. 지난해 말 한화에너지의 순자산가치는 4조8914억원에 이른다. 수익가치는 실적 전망과 할인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기업에 주관이 개입되는 만큼 변동성이 크다. 단순 계산으로 한화 시가총액과 한화에너지 순자산가치로 산출해봐도 한화에너지 주주인 삼형제가 한화의 지분 과반수를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지분 희석이 커지는 한화 기존주주들이 합병비율 등을 놓고 반발이 커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화에너지가 추가로 공개매수를 진행해 한화 지분을 더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화에너지는 여수와 군산에서 열·전기를 공급하는 집단에너지사업을 바탕으로 안정적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 4조7110억원, 영업이익 215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과 장단기 금융상품 합계액은 6조2805억원에 달했다. 넉넉한 현금을 바탕으로 한화의 과반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한화에너지가 집단에너지 사업이나 해외 태양광발전 사업 등 '캐시카우'를 따로 물적분할해 한화와 합병하는 형태로 한화 지배력을 높이는 방식도 거론된다.
향후 후속 조치로 한화에너지를 세 조각으로 인적분할해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이 계열분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인적분할 과정에서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에너지 존속회사를 보유하고 두 형제로부터 한화 지분과 태양광·방산·화학 부문을 넘겨받을 수 있다.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은 각각 한화에너지의 신설회사를 관할하게 된다. 김 사장과 김 부회장은 다른 형제로부터 각각 한화생명 등 금융부문, 호텔·리조트·유통부문을 넘겨받을 수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