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 정책이 갑자기 정해진 것이 아닌 1년 전부터 논의를 통해 결정된 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다만 증원 숫자가 결정된 날짜를 특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대 증원 규모 2000명은 지난 2월6일 오전에 알았는지" 등 의대 정원 증원 과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자 박 차관은 "여러 숫자들이 계속 검토가 됐고, 심의 의결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했으며, (2월6일) 브리핑을 할 때 확정됐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그간 2035년까지 의사 1만5000명을 어떤식으로 메꿀지에 대한 여러 논의들이 오갔고, (2000명이라는) 숫자가 어느 한 시점에 튀어나온 것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의대 증원이 언론에 보도된 지난해 10월14일부터 올해 2월6일까지 복지부와 대통령실이 의대 정원 확정 문제를 협의한 적이 있느냐는 박 의원 질의에 대해 박 차관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 비서관 등과 여러차례 논의했다"면서도 "날짜를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의료계와의 논의에 대해 박 차관은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 진전이 어려웠다. (복지부가) 의대 증원의 결정 근거로 삼았던 3개 보고서도 의료계에 전달했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며 "복지부에서는 1만5000명이 부족한데, 5000명은 의료계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수가 인상이나 인력 재배치로 흡수를 하고, 나머지는 제도 개선으로 흡수를 할 수 없어서 그렇게 (의대 증원) 결정한 것이다"고 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의대 증원 과정을 두고 박 차관에 질의를 쏟아냈다. 백 의원은 "(대통령실과) 복지부에서 수차례 회의를 했다면 언론에서 한 번도 보도가 안 나올 수가 없다"며 "대략적으로 몇 번 누구누구 모여서 무슨 논의를 했는지 말해달라"고 질의했다.
이에 박차관은 "2월1일부터 2월6일 사이에 논의를 한 게 아니라, (의대 증원) 논의는 1년 동안 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증원 숫자를 추정하는 보도가 많이 나왔는데, 2000명도 있었고 3000명도 있었다"며 "최종 결정을 하기 전까지 많은 검토와 숙고를 했고, 숫자를 확정 짓지 않았기 때문에 보안을 유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백 의원은 "정부의 정책이 이렇게까지 절차나 과정이 생략된 채 나온게, 국회의원 하는 동안에 처음보는 사례"라며 "총선을 바로 앞둔 2월 달쯤에 나온 것은 정치적인 의도가 없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