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법률 AI 가이드라인 마련 중”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일본 법무성이 지난해 8월 발표한 법률 AI 가이드라인 등을 참고해 국내 실정에 맞는 지침 마련에 나섰다.법무부 관계자는 “일본 가이드라인 등을 참고해 법률 AI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라며 “다만 변호사업계의 반발이 큰 만큼 충격을 줄이기 위해 속도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가이드라인은 AI를 이용한 계약서 작성·심사·관리 업무 자동화 서비스가 변호사법 제72조를 위반하지 않는 사례를 명시했다. 변호사 자격이 없는 자가 보수를 받고 구체적인 법률 다툼에 대해 법률상 전문지식에 근거해 견해를 제시하는 경우에만 변호사법 위반으로 규정했다. 이마저도 변호사가 AI 서비스 결과를 수정할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사실상 변호사용뿐만 아니라 기업 법무팀 대상 AI 법률서비스를 허용한 것이다.
법무부도 지난해 11월 변호사제도 개선을 위한 자문위원회를 비공개로 발족해 AI 법률서비스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했다. 로스쿨 교수, AI 관련 정책 제도 전문가, 대한변호사협회 추천 인사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는 올해 2월까지 두 차례 회의를 했으며, 지난달 예정됐던 회의는 내부 인사 관계로 취소했다. 자문위 관계자는 “법무부가 이전과는 달리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발 앞서 AI 법률서비스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총 71억원을 보조하는 5개 법률 AI 서비스 분야별로 로펌·테크기업 컨소시엄 우선협상대상자를 이달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변협에도 신청을 독려했지만 지원하지 않았다”며 “변협의 징계 논란을 피하고자 개인 대상뿐만 아니라 기업 법무팀 및 로펌 내부 생산성 향상을 위한 AI 서비스 개발 과제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법무부는 그동안 변협이 주요 정책 파트너라는 이유로 정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제는 리걸테크산업을 적극 지원하도록 정책 기능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리걸테크 서비스 출시 ‘봇물’
일본에서는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리걸테크 분야가 급성장 중이다. 벤고시닷컴은 계약, 준법감시, 문서 작성, 리서치 실사 지원, 법률상담, 변호사용 사무 등 6개 영역에서 21개 AI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리걸온테크놀로지는 소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AI 계약서 리뷰 서비스 ‘LF체커’를 출시했다.국내에서도 법률 AI 서비스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로앤컴퍼니는 자체 개발한 전문가용 법률 AI 서비스 ‘슈퍼로이어’를 이달 공개한다. 베타 서비스를 사용해본 한 변호사는 “AI가 쉬운 서면을 거의 완벽하게 작성해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엘박스는 지난 4월 변호사용 AI 챗봇 서비스 ‘엘박스 AI’ 베타버전을 출시해 300명에게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다.
그러나 변협이 변호사법 위반 리걸테크의 징계를 검토 중이어서 AI 법률서비스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 리걸테크 스타트업 관계자는 “글로벌 리걸테크의 빠른 성장세를 감안하면 정부의 대응이 늦었다”면서도 “법무부의 가이드라인 도입이 리걸테크산업 발전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