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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화장터 서울 '0'…장례비 폭탄에 두번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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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에 사는 한모씨(46)는 최근 14년간 키운 반려견을 떠나보냈다. 7㎏짜리 소형 동물은 25만원으로 염부터 안치까지 할 수 있다는 A장례업체 사이트를 보고 시설을 방문했지만 최종 납부한 금액은 125만원. 한씨는 “수의, 유골함 등을 최고급으로 해줘야 마음이 편하지 않겠느냐는 업체 관계자의 거듭된 권유에 지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 1500만 명 시대를 맞아 반려동물 장례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동물 장례식장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혐오시설로 분류돼 장례식장 신설이 주민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고 이에 따라 불법 장례업체가 난무하면서 바가지 상술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원정 장례에 바가지…반려인들의 ‘애환’
2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가동물보호시스템에 동물장묘업으로 등록된 업체는 75곳이다. 화장이 69곳, 봉안장과 건조장이 각각 3곳이다. 2018년 44곳보다 늘었지만 여전히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서울과 대전은 동물 장례식장이 한 곳도 없다. 수도권은 경기 포천, 남양주 등 외곽에 장묘시설 27곳이 몰려 있다. 서울, 대전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은 다른 지역으로 원정을 떠나야 한다.

농식품부는 전국 674만 가구(지난해 말 기준)가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반려인은 빠르게 증가하는데 장묘시설이 느는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장례 비용이 덩달아 오르는 추세다. 최근 반려동물 가족 사이에선 장례 비용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5㎏ 강아지의 최소 화장 비용은 20만원 안팎이다. 지난해 KB경영연구소가 발간한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 장례를 치르는 데 든 비용은 평균 38만원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선 40만9000원으로 비수도권 32만4000원에 비해 높다. ‘무지개 다리를 건넌’ 반려동물에 대한 부채감을 이용해 고급 수의, 유골함 등의 용품을 추가하라고 부추기는 업체도 많다. 장례용품은 구성에 따라 80만~150만원 선이다.

불법 장례업체도 곳곳에서 영업 중이다. 최근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은 2020년 12월께부터 올해 5월 초까지 안산에서 무허가 동물장묘업 영업장을 운영한 무허가 업체를 적발했다. 업체는 월평균 70~80여 마리의 반려동물을 화장해 월 14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주민 반발’ 무마 위해 테마파크형 추진
현행법상 반려동물 장례식장은 사람이 사는 곳에서 300m 이상 떨어진 곳에 지어야 한다. 기준이 까다로운 편은 아니지만 화장장 등 대기 배출시설이 포함될 때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환경영향 평가, 도시계획심의와 주민공청회 등을 거쳐야 한다.

전남 화순군은 2022년 반려동물 종합장례시설을 운영할 마을을 공모했지만 주민 반대에 가로막혔다. 군청에 사업계획서를 냈던 C대표는 “장례시설 운영은 사업성이 큰 업종이어서 투자자가 많지만 주민을 설득하는 게 난관”이라고 하소연했다. 최근 충남 천안, 울산, 대구 달성군 등에서도 동물 장례시설 건립이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2020년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지자체들이 공공 장묘시설을 운영할 수 있게 되면서 공원 안에 추모관과 화장시설을 함께 들이는 계획이 수립되고 있다. 서울시는 올 1월 경기 연천군과 업무협약을 맺고 임진강변에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조성하기로 했다. 2027년께 준공되는 이 공원에는 건조장 또는 화장장이 있는 추모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광주, 인천, 대구 등도 공공 주도로 장묘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반려동물 테마파크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동물 장묘시설을 혐오시설이 아니라 위락시설로 인식하도록 시설을 구성하면 주민 반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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