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상승으로 상반기 도시정비사업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건설사들이 하반기 치열한 수주전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 한남뉴타운과 압구정지구, 여의도 등 한강 변 알짜 정비사업지들이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북에서선 용산구 한남 4·5구역이 하반기 시공사 선정에 나선다. 한남뉴타운에서는 현재 구역이 해제된 1구역을 제외하고 2·3·4·5구역이 약 1만2000가구 규모의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2구역은 대우건설이, 3구역은 현대건설이 품에 안아 4구역과 5구역이 남았다.
우선 한남5구역이 내달 16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낸 한남5구역은 56개 동, 지하 6층~지상 23층, 아파트 2592가구(임대 390가구 포함)로 거듭날 예정이다. 대부분 언덕 지형인 한남뉴타운에서 유일한 평지인데다 한강 조망 가구가 가장 많아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시공사 선정 총회는 오는 8월께로 예정됐다.
한남5구역은 당초 DL이앤씨의 수주가 예상됐다. DL이앤씨가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 적용을 약속하며 일찌감치 수주에 의욕을 보였던 반면, 다른 건설사들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현장 설명회에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이앤씨, 호반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10여개 건설사가 참석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다.
한남4구역도 내달 말 입찰 공고를 내고 10월께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한남4구역은 51개 동, 지하 7층~지상 22층, 아파트 2331가구(임대 350가구 포함)로 탈바꿈한다. 조합원 수가 적고 일반분양 물량이 많아 한남뉴타운에서 사업성이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건설업계, 한남뉴타운 4·5구역서 하반기 수주전 개막
수주전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들이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이들 건설사는 각각 ‘래미안’과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 '오티에르'를 적용하겠다는 의사를 조합 측에 전달한 상태다. 특히 삼성물산은 조합원들의 마음을 잡고자 한남4구역 전용 카카오톡과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층간소음 연구소 △주거모델 △홈플랫폼 서비스 등 자사 역량을 홍보하고 있다.이와 관련해서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수주에 소극적이던 건설사들도 탐낼 만큼 한남뉴타운 사업성이 좋다는 의미"라며 "한강과 맞닿아 있어 상징성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치열한 격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브랜드 파워가 약한 건설사라면 수익성을 어느 정도 포기하면서 파격적인 사업 조건을 제시하는 식의 전략을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압구정지구도 하반기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일대 1만466가구를 6개 구역으로 나눠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2~5구역이 순차적으로 정비계획을 수립해 연내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압구정·여의도도 재건축 수주전…"상징성 포기 못 해"
압구정지구에서 핵심지로 꼽히는 곳은 압구정3구역이다. 현대 1~7차와 10·13·14차, 대림빌라트를 포함해 3964가구로 덩치가 가장 크다. 재건축을 통해 5800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당초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에 선정돼 50층 안팎의 재건축을 계획했지만, 현재는 70층 높이를 검토하고 있다. 압구정2구역도 최고 69층으로 재건축하는 정비계획안을 지난해 말 강남구청에 제출했다.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주요 건설사는 전담팀을 구성하고 홍보관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수주 활동에 나서고 있다. 현대아파트를 직접 지은 HDC현대산업개발, 초고층 시공 경험을 갖춘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등도 압구정지구 수주전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만 17곳에 달하는 여의도에서도 치열한 수주전이 예고됐다. 이 가운데 15곳이 아직 시공사를 정하지 않았다. 올해 하반기에는 4개 동, 지하 4층~지상 49층, 아파트 922가구로 탈바꿈하는 여의도동 '대교'가 시공사 선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과 롯데건설의 치열한 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DL이앤씨와 GS건설도 물밑 경쟁에 뛰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정비사업에 있어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 기조는 여전하다"면서도 "한남, 여의도, 압구정 등 상징성이 큰 지역은 건설사들의 관심도 높아 치열한 수주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