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을 떠나는 백만장자가 자국을 이탈하는 세계 백만장자 중 네 번째로 많을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 투자이민 컨설팅업체 헨리앤드파트너스가 18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고액순자산보유자 순유출은 올해 1200명으로 예상된다. 중국(1만5200명), 영국(9500명), 인도(4300명)에 이어 4위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액순자산보유자 유출입은 유동성 투자 가능 자산을 100만달러(약 13억8000만원) 이상 보유한 자산가가 다른 나라에서 6개월 이상 머무는 경우를 기준으로 삼았다.
한국의 부자 순유출은 2022년 400명에서 지난해 800명으로 두 배로 늘며 7위로 올라섰다. 올해는 다시 50% 증가하며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유층이 향하는 곳은 미국, 호주, 캐나다 등으로 분석됐다. 일각에선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율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호주, 캐나다 등은 상속세가 없다.
헨리앤드파트너스는 올해가 자산가 이동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도미닉 볼렉 헨리앤드파트너스 개인고객그룹 대표는 “올해 자산가 이주는 총 12만8000명으로 지난해 기록(12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며 “지정학적 긴장, 경제 불확실성 등이 이유”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가장 많은 고액 자산가들이 이탈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동부유’를 내세우며 부자를 옭아매고 정치적 감시와 탄압이 심해지면서 기업인을 중심으로 부유층이 탈(脫)중국을 선택하고 있다. 미·중 갈등 격화 등으로 중국 경제가 휘청이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영국은 올해 부유층 순유출이 지난해보다 배 이상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은 2016년 유럽연합(EU) 탈퇴 투표 이후 자산가 이탈 추세가 본격화했다. 7월 총선에서 부자 과세를 내세우는 노동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큰 점도 순유출 요인으로 꼽힌다.
부유층 순유입에선 아랍에미리트(UAE)가 6700명으로 1위다. 개인 소득세가 없는 데다 글로벌 기업 유치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면서 부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미국(3800명), 싱가포르(3500명), 캐나다(3200명), 호주(2500명)가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은 고액순자산보유자가 10만9600명으로 세계 15위로 집계됐다. 2013년 이후 10년간 28% 증가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베이비부머는 이전 세대보다 자산을 훨씬 많이 축적했다”며 “과거보다 해외 이주가 상당히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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