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 북한군의 잇따른 군사분계선(MDL) 침범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반응이 어이없다. 이재명 대표는 어제 최고위원회의 첫머리 발언에서 “힘겹게 쌓아 올린 평화가 무너지고 다시 냉전 시절로 돌아가고 있다”며 “힘에 의한 평화와 편향적 이념 외교는 국가 이익도, 국민 안전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고 했다. 평화를 뒤흔드는 세력에는 한마디도 않고, 엉뚱하게 우리 정부로 화살을 돌린 것이다.
이번 북·러 회담은 동북아를 넘어 세계 안보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양측은 기존 ‘선린 우호관계’에서 3단계 상승한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를 맺고 국방, 우주항공, 에너지, 금융, 철도, 보건 등 전방위에 걸쳐 연대를 과시했다. 김정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 ‘무조건적 지지’를 선언했다. 김정은과 푸틴은 ‘전략적 밀착’ ‘침략당하면 상호 지원’ ‘군사기술 협력’에도 뜻을 같이했다. 러시아는 포탄을 얻고 북한은 우리 안보에 치명적인 무기 기술을 받는 거래에 합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방 통제 안 받는 결제 시스템’ 구축은 유엔의 대북 제재를 무력화해 북한 경제에 숨통을 틔우는 것이다. 경제·안보에서 든든한 ‘뒷배’를 확인한 북한으로선 핵·미사일 개발에 더 박차를 가할 환경을 마련했다.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려 할 것이고 도발 수위도 높일 것이다.
서방 세계가 온통 우려를 표하는 이런 ‘악마의 거래’부터 비판하는 게 상식인데 이 대표는 거꾸로다.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야말로 진정한 안보’라고 했지만, 수시로 주먹을 날리는 북한을 상대할 땐 얘기가 다르다. 민주당 대변인들은 MDL 침범 주범에 대해선 입도 뻥끗 않고 “북한에 으르렁대기만 한다”며 우리 정부를 공격하기 바쁘다. 이러니 북한이 우리를 우습게 보고 남남갈등에 매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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