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제조공정은 극판공정(믹싱 장비 등을 이용해 전극을 제조)과 조립공정, 활성화공정(충방전해 활성화시키는 작업) 등으로 나뉜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엠플러스는 배터리 부품을 자르고 쌓고 용접하는 조립공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회사다. 이차전지 태동기인 2008년, 미국 A123시스템즈와 협력해 조립공정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후 SK온 등에 공급하며 성장했다. 특히 배터리 광풍이 불었던 지난해에는 매출이 191%이상 뛴 3401억원, 영업이익은 340% 늘어난 237억원을 거뒀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었다. 김종성 엠플러스 대표는 17일 “배터리 시장이 커지면서 정말 많은 회사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지만, 우리는 20년 이상 한 우물을 판 ‘정통’”이라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김 대표는 삼성SDI에 근무할 당시 리튬이온 배터리 국산화를 이뤄낸 인물 중 한 명이다. 함께 근무한 동료들과 디스플레이의 한 종류인 플라즈마디스플레이(PDP) 제작을 위한 초음파 스크라이빙 장비를 국산화하겠다고 결심한 뒤 2003년 엠플러스를 창업했다. 회사는 세웠지만, 사업화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PDP시장 수요가 사라지면서 회사는 자본잠식 위기까지 몰렸다. 하지만 미국 A123시스템즈에서
세계 최초 전기차용 파우치형 배터리 조립라인 수요가 발생했고, 엠플러스는 이 사업을 단독 수주해 기사회생했다. 엠플러스는 이차전지 조립공정 전체를 일괄 도입(턴키) 방식으로 제작할 수 있는 세계 유일한 회사다. 김 대표는 “공정 전체를 턴키로 공급하면 각 장비 별로 발생할 수 있는 규격 조정 문제가 해소되고, 공정간 물류 흐름의 최적화를 이룰 수 있다”며 “납품 받는 거래처 입장에서도 공정의 불량률을 줄이고, 관련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 서로 윈-윈”이라고 강조했다.
배터리 안에 들어가는 양극판·음극판을 안정적이면서도 빠른 속도로 쌓을 수 있는 장비 기술력도 엠플러스의 경쟁력이다. 김 대표는 “배터리 하나를 만들 때 빠르게 배터리셀에 맞는 양극판과 음극판을 노칭 가공해야 하는데 분당 300장까지 가공할 수 있어서 배터리 제조 업체입장에선 굉장히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수요 감소 여파로 전세계 배터리 시장이 정체기를 맞았지만, 엠플러스는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생산장비로 사업 영역을 넓혀 새 활로를 찾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 배터리다. 발화나 폭발 위험이 없어 안전성이 우수하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김 대표는 “전고체 배터리 핵심공정 장비를 개발해 상용화를 앞뒀다”면서 “올해 하반기 미국 전고체 배터리 개발기업에 장비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