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풍선 대량 살포부터 GPS 교란까지 최근 북한의 대남 위협은 한층 교묘해지면서 무모해진다. 탄도미사일과 군사용 정찰위성 발사 같은 전통적 무력 도발은 그대로다. 해킹은 법원에까지 침투했다. 남쪽을 향한 언사도 여전히 거칠다. 내부에서는 ‘통일’이 들어간 김일성·김정일 교시 기념비와 시설까지 페인트로 지우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있다. 북쪽 구간 동해선·경의선 철거 역시 주목할 일이다.
지난해 말 남북관계에 대한 김정은의 ‘적대적 교전국’ 발언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일련의 흐름을 보면 단단히 작정하고 큰 틀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대응력을 강화해야 하지만 늘 수세적 입장이다 보니 수단이 제한적인 것도 사실이다.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결의’ 정도로 북한은 놀라지도 않을 것이다. 명백한 무력 도발에도 허공으로 쏘아대거나 최첨단 전투기 F-35 출격에서도 실탄 없이 ‘공갈탄’을 장착하고는 맞대응이라고 해왔으니 우습게 보인 측면이 있을 것이다. 더구나 야당은 북한 도발은 제대로 규탄하지 않고 정부 대응 조치를 ‘유치·졸렬’이란 말까지 써가며 깎아내리는 판이다. 경제 중심의 대북 국제 제재 또한 중국의 소극적 태도로 제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군의 전략폭격기 B-1B가 떴다. 항속거리 1만2000㎞에 폭탄 60t을 싣는 대형 전폭기지만 미끈한 외관으로 인해 ‘죽음의 백조’라는 별명을 가진 미국 공군의 대표적 ‘핵무력 자산’이다. 스텔스 기능에 최고 속도는 마하 1.25다. 괌에서 한반도 상공으로 오는 데 2시간밖에 안 걸린다. 미국 전폭기 중 제일 빠르고 미사일과 폭탄도 가장 많이 장착할 수 있어 북한이 겁내는 무기로 꼽힌다. 이번 훈련에는 한국 공군 스텔스 전투기 F-35와 F-15도 함께했다. 죽음의 백조는 7년 만에 한국에서 정밀유도폭탄 투하 훈련을 했다. 그제 강원도 필승사격장의 모의 표적을 때린 장면이 공개됐다.
북한이 선을 넘으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맞대응을 자극하고 있다. 이독공독(以毒攻毒)을 유발해봤자 내부 단속 외에 별수도 없을 텐데 계속 도발한다. 오랫동안 북한에 ‘일관된 메시지’를 주지 못한 게 대한민국의 실책이라면 실책이다.
허원순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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