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한 한·미 중앙은행
지난 4월 발표된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은 전 분기 대비 연율 기준 1.6%였다. 전문가 예상치(2.4%)를 크게 밑돌았고, 작년 4분기(3.4%)에 비해 반토막 난 수치다. Fed 내에선 이후 수정치(잠정치)에서 수치가 상향 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방은행 총재는 지난달 한 행사에서 “더 많은 데이터가 나오면서 (상향) 조정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미국의 소비가 여전히 활황(healthy)이라는 점 등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도 같은 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표가 더 높게 수정될 것”이라고 거들었다.정작 지난달 나온 수정치는 오히려 1.3%로 하향 조정됐다. 미 상무부는 “주로 소비 지출과 수출, 정부 지출이 둔화한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Fed의 ‘소비 활황’ 분석이 무색해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한국은 지난 1분기 1.3% ‘깜짝 성장’했다. 한은 전망치(0.5%)의 세 배 수준이고, 연율 기준으로는 5%를 넘는 수치였다. 한은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깜짝 성장 이유에 대해 “아직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같은 달 23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전망에 크게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미국 성장률 수정을 거론하며 “(경제) 전망은 자연과학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일은 다반사로 일어난다”고 답했다.
물음표 쌓이는 시장
각국 중앙은행이 설명을 제대로 못 하다 보니 시장에서는 추측이 난무하며 혼란이 일고 있다. 미국에선 지난 1분기 성장률 수치가 공개되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논란이 벌어졌다. 옐런 장관과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직접 나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일축하긴 했지만, 여전히 시장은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선 지난달 총선을 앞두고 대거 집행한 재정지출이 큰 몫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분기 민간 주도로 성장했다고 진단했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월 산업생산은 49개월 만에 최대 낙폭(-2.1%)을 기록했다. 한은도 정부 보조금의 소비 활성화 효과를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주택 19만 가구가 공급실적 통계에서 누락된 것이 성장률 통계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주요국 중앙은행이 사용하는 경제 예측 모델이 노후화됐다고 지적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몫이다. 지금처럼 물음표가 쌓이도록 놔둔다면 시장 혼란은 가중된다. 통화정책과 관련해 “한은은 Fed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던 이 총재가 Fed의 난맥상까지 따라갈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