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에서 낮은 별점이나 부정적인 내용의 리뷰가 달릴까 속을 끓이는 자영업자가 많아진 가운데, 한 고객으로부터 무료 서비스 음식을 주지 않으면 낮은 별점을 주겠다는 사실상 협박을 당했다는 자영업자의 사연이 알려졌다.
지난 3일 자영업자들이 이용하는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는 '오늘 충격적인 요청사항'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주목받고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작성자 A씨가 "눈 돌아갈 뻔했다"고 실소하면서 공개한 배달 요청사항에는 "아기가 먹게 수프 3개 서비스 부탁드려요. 안 주면 별 1개 줄 거예요"라고 적혀 있다.
이 고객은 피자와 샐러드를 주문하면서 이런 요청사항을 남겼다고 A씨는 전했다. 수프의 가격은 1000원이다. 그는 결국 "주문 취소했다. 만든 건 직원들과 나누어 먹기로 했다. 장사하기 힘들다"는 후기를 전했다.
사연을 접한 다른 회원들은 "칼만 안 들었지, 협박이네", "블랙리스트 접수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직도 이런 인간이 있다니", "속에 천불이 난다", "무슨 개인 집사인 줄 아나", "협박죄로 신고 안 되나", "어떻게 저런 요구를, 믿을 수 없는 현실"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각자 비슷한 경험담도 공유했다. 한 회원은 "저는 치킨집을 운영하는데, 리뷰에 '무 빼주시고 콜라 주지 마시고 치즈스틱 주시고 치즈볼로 바꿔주시고'라면서 개수까지 명시해서 계속 주문 넣는다. 이러다 사이드 메뉴 하나 다 드실 듯하다"고 했다.
이처럼 리뷰를 빌미로 사실상 자영업자를 협박하는 악성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업주들 사이에서는 아예 이런 고객의 주문을 거부하는 방법도 '꿀팁'이라는 이름으로 공유되고 있다. 이 글에는 "주문 접수 시 고객의 주소를 확인하고 진상 손님의 주소를 엑셀로 정리해 관리하는 게 효과적", "진상 손님이 속한 배달 지역 삭제" 등의 방법이 담겨 있다.
또 많은 자영업자들은 배달앱 내 '블랙리스트' 기능 도입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상습적으로 악성 리뷰를 게시하거나, 무리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소비자의 재주문을 차단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달라는 목소리다. 배달앱 측은 AI 모니터링을 통한 부적절한 리뷰 차단, 비공개(블라인드) 제도 등을 도입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