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A사는 해외에 콘텐츠를 판매한 후 이를 수출 실적으로 인정받으려다 실패했다. 관련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수출했는데, 플랫폼을 운영하는 B사가 실익이 없다며 실적 신고 자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A사는 콘텐츠 수출에 성공하고도 정부의 수출 지원 정책에서는 소외됐다고 호소했다.
국내 스타트업이 인공지능(AI) 솔루션과 콘텐츠 등을 앞세워 서비스 수출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에는 제대로 된 스타트업 수출 통계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무역협회가 ‘스타트업 수출 현황 및 활성화 정책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 실적이 있는 스타트업 349개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자사 서비스를 직수출한 기업 10곳 중 3곳(31.5%)은 정부에 실적을 신고하지 않았다. 응답 기업 중 22.2%는 수출 신고 절차 자체를 몰랐고, 9.3%는 신고에 들어가는 노력 대비 인센티브가 적어 신고를 포기했다. 플랫폼 등을 통해 서비스를 간접 수출한 스타트업은 53.8%가 신고 절차를 밟지 않았다.
전통 제조업 수출은 정부의 의무 통관 절차를 밟아 관세청 데이터로 파악되지만, 스타트업이 주로 수출하는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등은 수출 경로가 다양해 집계하기 어렵다. 그래서 회사가 직접 무협 등에 신고해야 하는데 이 절차에 구멍이 뚫려 있는 셈이다.
무협 관계자는 “수출 지원과 정책 수립에 활용할 만한 개별 기업의 수출 정보가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전체 무통관 수출액 중 실적 증명을 발급한 비율은 2~5%다.
한 게임 스타트업은 구글플레이를 통해 수만달러를 해외에 판 뒤 실적을 신고했지만 신고 과정에 투입한 시간 대비 스타트업에 적합한 수출 인센티브를 찾아내지 못했다. 정부의 수출 지원 선호도 조사에서 스타트업 업계는 수출바우처를 선호도 1위로 꼽았지만, 바우처의 매뉴얼 대부분은 제조업 등 전통 수출 방식에 편중됐다.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스타트업 글로벌화를 지원한다며 관련 정책을 계속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선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한 액셀러레이터 관계자는 “적합하지 않는 교육과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보다 다양한 창업가를 모은 뒤 3~6개월 시간을 주고 현지 네트워크 형성에 도움을 주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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