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법인을 내는 한국 기업은 연 300곳에 달합니다. 하지만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아요. 최소 3년은 내다보고 단계별 진출 전략을 짜야 합니다.”
강철호 원티드재팬 대표(사진)는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원티드재팬은 한국 인적자원(HR) 테크 기업 원티드랩의 일본 법인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앞세워 보수적인 일본 채용 문화를 바꾸는 게 목표다. 엔지니어 출신인 강 대표는 22년 전 일본에 정착해 구글재팬, 야후재팬 등을 거친 인물. 최근엔 한국 스타트업의 ‘일본 러시’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22년 동안 일본에 살면서 이 정도의 열기를 느낀 건 올해가 처음”이라고 했다.
강 대표는 그동안 많은 한국 스타트업이 일본 진출을 시도했다가 다시 돌아가는 것을 지켜봤다. 그는 최근 불거진 라인야후 사태에 대해 “일본 국민이 개인정보 유출을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라며 “스타트업은 개인정보 관리와 보안 문제를 확실하게 검증한 후 일본에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안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일본에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한국 기업이 시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일본 진출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예컨대 일본 행사에서 일회성 발표를 하고 특별한 반응이 없으면 ‘역시 어려운 시장’이라고 판단해 쉽게 접는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최소한 일본에 법인을 세우고 법인장을 채용해 현지 네트워킹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브리지 인재’가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일본 문화를 잘 아는 법인장이나 직원을 활용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작은 실험부터 해보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했다.
강 대표는 일본 채용 시장의 고비용 구조를 혁신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일본 채용 중개 수수료는 구직자 연봉의 30~35%다. 원티드랩이 한국 시장에 7% 수준의 건당 채용 과금모델을 정착시킨 것처럼 일본 채용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게 강 대표의 계획이다. 그는 “AI를 활용해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적은 비용으로 채용하도록 돕는다면 일본 인재의 이직 움직임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