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 당은 구의원 선거도 한 번도 안 한 사람이 선거를 치렀다"고 30일 밝혔다. 정치 신인인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총선을 이끈 게 참패의 원인이라는 취지다.
인 전 위원장은 이날 충남 천안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위기와 극복, 그리고 혁신'이라는 주제로 연 특강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총선을 앞둔 당의 모습을 보고 '이번 선거는 지겠구나' 생각했다"며 "우리 당 선거대책위원회를 보면 잘 알려지지 않은 분들이 앉아계셨는데,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가운데 앉았고, 옆에 김부겸과 이해찬이 앉아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소름이 끼쳤다"고 했다.
인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선거가 코앞인데 대표를 바꾸고 비대위를 세웠다. 비대위를 하는데, 비대위원장이 구의원 선거도 안 해보지 않았나. 경험 없는 사람"이라며 "선거 때 선거 경험이 있는 사람이 비대위에 들어가서 일해야 한다"고 재차 한 전 위원장 체제를 비판했다. 대통령실을 향해서도 "대통령 임기 중에 치르는 선거는 중간 평가인데, 비서실장(이관섭)은 정통 관료 출신이고, 정무수석(한오섭)은 국회의원 한 번 안 해본 사람이고 시민사회수석(황상무)은 '시' 자도 모르는 앵커가 가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선거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정치 무뇌아'"라고 했다.
총선 전 당정 관계 재정립 요구가 당 안팎에서 분출했던 것도 지적했다. 인 전 위원장은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떼려야 뗄 수 없다. 거리를 둬야 한다느니, 수직적 당정 관계가 문제라고 이야기하는데 다 쓸데없는 말이다. 이러나저러나 대통령과 당은 하나"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 없는 108석은 초라한 정치 집단에 불과하다. 절대 갈라서면 안 된다"면서 "친윤, 비윤은 당내 분열로 당을 망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면서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그는 "친박 싸움 때문에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탄핵하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게 우리 정당"이라며 "김건희 여사의 '최순실화', '국정농단'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절대 가볍게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엉터리 같은 일에 또 우리가 휘말려 국정이 마비되고 헌정질서가 어지럽혀지는 일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를 향한 야권의 공세에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다.
인 전 위원장의 강연 전 국민의힘 지도부도 결속을 강조했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22대 국회에 임하면서 제일 중요한 화두는 단합"이라며 "22대 국회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단합과 결속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똘똘 뭉쳐 국민 공감을 얻는 민생정당, 유능한 정책정당의 모습으로 신뢰를 얻을 때 우리는 국민에게 더 신뢰와 박수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천안=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