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가명 정보 처리·활용 사업 관련 소송에서 한 번 더 다퉈볼 기회를 얻었다. 대법원이 SK텔레콤 측 상고를 기각하지 않고 심리에 들어가면서다.
30일 관련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SK텔레콤의 가명 정보 처리 정지 요구권 소송 상고에 대해 ‘심리불속행기간 도과’ 처리했다. 사건을 기각하지 않고 심리를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가려지게 됐다.
▶본지 4월 27일자 A1, 8면 참조
SK텔레콤 안팎에선 ‘최악의 고비’는 넘겼다는 반응이 나온다. 당초 1·2심이 모두 원고 측 승소로 판결 나면서 상고심 기회도 얻지 못하고 패소가 확정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재판은 SK텔레콤 가입자 5명이 2021년 2월 SK텔레콤에 개인정보를 가명 처리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가명 정보 활용과 관련한 첫 재판이다. 가명 정보는 이름이나 전화번호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삭제, 대체 등의 방법으로 식별 가능성을 낮춘 개인정보를 말한다.
정부는 2020년 8월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 가명 처리를 통해 개인정보를 보호하되 개인정보 처리자가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가명 처리해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개인정보보호법 제28조 2항)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일부 이용자가 가명 처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소송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1·2심에선 개인이 ‘처리 정지’를 요구하면 가명 정보를 이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당시 업계에선 정부가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가명 정보를 처리하는 제도를 도입해 놓고 관련 법 개정을 허술하게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행법엔 개인정보를 가명 처리할 때 정보 주체 동의 의무를 면제하는 조항이 없다. 업계에선 이 재판 결과에 따라 개인정보보호법 제28조 2항이 무력해질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통상 상고심 심리 기간은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전이 될 수도 있다. 업계에선 “법률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이라며 “가명 정보 처리 산업이 활성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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