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뺑소니' 혐의로 구속된 가수 김호중 대신 죄를 뒤집어쓰려고 했던 매니저의 휴대폰에서 사고 직후 김호중과 나눈 통화 내용 녹음을 경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최근 김호중 대신 허위로 자수했던 매니저 A씨의 휴대폰을 압수·분석해 사고 직후 그가 김호중과 나눈 통화 녹취를 확보했다.
녹취에는 "술 마시고 사고를 냈다", "대신 자수해 달라"는 김호중의 육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호중의 목소리는 매니저의 휴대폰에 자동녹음 기능으로 저장됐다. 경찰은 이 녹취를 바탕으로 김호중에 대한 혐의를 기존 '범인도피방조'에서 '범인도피교사'로 더 무겁게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호중은 사고 직후 다른 막내 매니저급 직원에게도 여러 차례 전화해 자기 대신 허위로 자수해달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이 직원은 "겁이 난다"며 김호중의 요구를 끝내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A씨가 김호중의 옷을 입고 경찰에 찾아가 허위 자수를 했다.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 술을 마신 채 차를 몰다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등)로 지난 24일 구속됐다.
그의 소속사 이광득 대표는 사고 뒤 김호중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지시한 혐의(범인도피교사), 본부장 전씨는 김호중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한 혐의(증거인멸 등)를 받는다.
구속 수사를 받는 김호중은 전날 변호인 참관 조사에서 경찰이 압수한 휴대폰(아이폰) 3대의 비밀번호를 일부만 제공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구속 전 경찰의 휴대폰 임의제출 요구에 대해 "사상활이 담겨 있다"는 이유로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여론의 질타를 받았었다. 이후 변호인을 통해 비밀번호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도, 여전히 비협조적인 것이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