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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브라질만의 독특한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사탕수수 기반의 바이오에탄올 연료와 전기모터를 결합한 '플렉스 하이브리드' 차량이 각광받으면서다. 플렉스는 플렉서블(flexible)의 약자로, 플렉스 하이브리드는 바이오연료와 전기모터를 유연하게 혼용할 수 있는 차량을 의미한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도요타와 미쓰비시, 스텔란티스, 폭스바겐, 중국의 그레이트월모터와 비야디 등 브라질의 플렉스 하이브리드차에 투자한 금액이 올해 들어서만 총 770억레알(약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도요타는 지난 3월 110억레알짜리 자본 지출 계획을 발표하며 "향후 2개 모델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도요타는 2019년 세계 최초로 플렉스 하이브리드차를 출시해 현재까지 7만5000여대를 판매했다.
현재 브라질에서 판매되고 있는 자동차 대부분은 휘발유와 바이오연료 혼합물로 운행될 수 있다. 이른바 플렉스차다. 주로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에탄올이 사용된다. 브라질이 전 세계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사탕수수 1위 생산국이기 때문이다. 브라질에서는 1970년대 군사독재정권이 중동발 석유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바이오연료 개발을 추진했다.
이후 2000년대 초반 폭스바겐이 브라질에서 플렉스차를 처음 선보였고, 현재 브라질 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90%가 플렉스차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에 따라 브라질에서는 모든 주유소에서 에탄올 연료를 충전할 수 있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 플렉스차에 일정 수준의 전기화를 추가하는 데 베팅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도 플렉스 하이브리드차를 내연기관에 의한 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장려하고 있다.
가격이 비싼 전기차는 브라질 국민들의 가계에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국영 농업 연구 기관인 엠브라파의 2009년 연구에 따르면 사탕수수를 원료로 한 에탄올은 휘발유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73%까지 줄일 수 있다. 도요타 브라질지사의 로베르토 브라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사는 "플렉스 하이브리드 기술은 브라질 현실에 가장 적합하고 적절한 기술"이라며 "브라질에서 에탄올로 연료를 공급하는 플렉스 하이브리드차는 유럽에서 전기로 구동되는 전기차와 비슷한 양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이 모델은 전기차 충전소 구축 등 소비자 습관의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 실용적인 기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브라질에서 플렉스 하이브리드차의 가격은 일반 플렉스차보다 약 10~15% 더 비싸지만, 전기차에 비하면 여전히 저렴한 편이다. 그러나 환경론자들의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상파울루대학교의 에너지 전환 연구원인 루시아나 카스티야는 "브라질이 에탄올 연료에서 벗어나지 못할수록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에서 후발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자동차 제조업체와 구매자가 모두 플렉스차 모델을 고수한다면 현지에서 전기차 생산 비용을 더 저렴한 수준으로 낮추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7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이지만, 전기차 보급률은 주요국에 비해 뒤처진다.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전기모터와 휘발유 결합 모델)의 판매량은 2023년에 9만4000대로 두 배 가량 증가했지만, 여전히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4.3%에 불과하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