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법원이 의료계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일부 각하)하면서 대학들이 학칙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이 사실상 마무리 절차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의대생과 의사 단체들은 법원 결정 후에도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어 의정 갈등이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17일 각 대학에 따르면 이달 학칙 개정이 필요한 31개 대학 중 18개교(가톨릭관동대, 고신대, 건양대, 계명대, 단국대(천안), 대구가톨릭대, 동국대(경주), 동아대, 영남대, 울산대, 원광대, 을지대, 인제대, 인하대, 전남대, 조선대, 한림대, 아주대가 학칙 개정을 완료했다. 이사회 승인만 앞둔 가천대, 총장과 법인 결재가 남은 건국대를 포함하면 20개교가 사실상 의대 증원 절차를 마무리했다. 학칙을 개정 중인 성균관대, 순천향대, 연세대(미래캠퍼스) 등도 이달 평의원회를 열 예정이다.
학칙안 부결이 잇따랐던 국립대도 미뤄둔 절차를 밟는다. 경상국립대는 다음주부터 학무회의(21일), 교수회(22일), 평의원회(29일) 등을 열고 개정안을 이달 확정·공포할 계획이다. 전북대, 충남대, 충북대 등 거점 국립대도 이달 관련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전날 고법의 기각 결정 이후 학교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 학칙 개정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이달 초 평의원회에서 개정안을 부결한 제주대와 부산대를 비롯해 개정안 심의를 유예한 강원대도 이달 재심의에 착수한다. 지난 16일 교수회에서 개정안이 부결된 경북대는 오는 23일 재심의할 예정이다.
이런 대학들의 움직임과 달리 의사들 사이에서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등과 공동 입장문을 내고 “의대 증원이 오히려 공공복리를 위협한다”며 정원 배정 과정 중 작성된 공문과 회의록 등을 공개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의사들은 전날 판결을 내린 서울고법 행정 7부 구회근 부장판사의 진정성까지 문제 삼았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국내 의료 시스템 자체를 철저히 망가뜨리는 마지막 사망 선고일이 어제”라며 “구 판사가 대법관에 대한 회유를 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의 재항고도 이어졌다. 의사 측 법률대리인인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이날 “대법원에 내는 재항고장 및 재항고 이유서를 서울고법 행정 7부에 제출했다”며 “대법원이 서둘러 진행하면 5월 말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의대생들은 14일부터 차례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의대 증원 학칙 개정을 부결한 부산대를 시작으로 다음 주자를 지목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제주대, 연세원주대 등 15곳이 참여했다.
강영연/이혜인/이지현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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