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촌동 NC백화점 지하 1층에 있는 킴스클럽 강서점은 요즘 점심·저녁 시간마다 사람들로 붐빈다. 지난 3월 말 문을 연 델리(즉석조리식품) 매장 ‘애슐리 월드델리’ 때문이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스시, 파스타, 치킨, 탕수육 등의 가격은 모두 3990원. 딱 한 끼 정도의 소용량과 저렴한 가격, 매장에서 바로 조리한다는 점을 앞세워 오픈 50일 만에 15만 개가 팔려나갔다.
쿠팡 등 e커머스에 밀리던 마트·슈퍼가 신선식품과 델리 특화 매장을 앞세워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일반 생필품과 달리 직접 상태를 보고 사려는 수요가 많은 신선식품과 현장에서 조리해주는 델리만큼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외식 물가 상승으로 집밥 수요가 늘면서 식품 매출은 대형마트·슈퍼 실적 개선도 이끌고 있다.
○마트 ‘킬러 콘텐츠’ 된 식품
15일 킴스클럽에 따르면 지난달 강서점의 델리 부문 매출은 1년 전보다 170% 뛰었다. 일등공신은 애슐리 월드델리다. 이랜드이츠가 운영하는 뷔페 애슐리퀸즈의 인기 메뉴 150여 종을 소용량으로 판매하는데, 끼니를 간편히 때우려는 직장인은 물론 주말에 야외 피크닉을 가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에 3000개씩 팔리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지자 이랜드리테일은 올해 3분기 킴스클럽 강남점에도 애슐리 월드델리를 열기로 했다.다른 마트도 델리와 신선식품을 ‘킬러 콘텐츠’로 내세우고 있다. 홈플러스는 2022년 첫선을 보인 식품전문매장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의 성공 노하우를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첫 타자로 리뉴얼을 거쳐 16일 문을 여는 서울 목동점에 친환경 채소와 간편 델리 상품 수를 기존보다 10배 늘리기로 했다. 연내 이 같은 점포를 1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리뉴얼한 인천 연수점에 1~2인 가구를 겨냥한 밀키트존을 조성했고, 롯데마트는 ‘그랑 그로서리 은평점’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90%를 모두 식품으로 채웠다.
○신선·델리 앞세워 실적 개선
마트·슈퍼들은 이 같은 매장 및 상품 개편을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과거 마트에서 비(非)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식품과 비슷했다.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갖다두고 싸게 파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에 생필품, 잡화 등의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전략을 수정했다. 비식품은 확 줄이고, 그 대신 식품 매장 면적과 품목 수를 늘렸다. 30m 길이의 축산 쇼케이스(이마트), 고객 맞춤형 참치 오더메이드 서비스(롯데마트), 라면박물관(홈플러스) 등 이색 볼거리와 특화매장도 도입했다.식품 강화 전략은 외식 물가 상승과 겹치면서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대형마트의 전체 매출은 1년 전에 비해 6.2% 증가했다. 스포츠(-7.9%), 잡화(-3.7%), 의류(-3.6%) 등은 일제히 감소했지만, 식품 부문이 10.7% 늘면서 매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GS더프레시·롯데슈퍼 등 SSM도 농수축산물, 가공식품, 신선·조리식품 매출이 증가하면서 전체 매출이 5.1% 늘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