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86세대 맏형'이자 4월 총선에 불출마한 우상호 의원(4선)은 "대한민국 권력 서열 2위 자리인 국회의장 후보 선거에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등이 관여했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우 의원은 지난 13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5선, 6선쯤 되는 중진 의원이 국회의장 후보에 출마했다가 중간에 드롭하는 모양을 보면서 자괴감을 느꼈다"며 "이분들이 이 대표나 가까운 분들의 권유를 받아서 중단한 거라면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22대 국회의장직에 도전장을 낸 민주당의 후보는 6선의 추미애·조정식 의원, 5선인 우원식·정성호 의원 등 4명이었다. 다만 조 의원이 지난 12일 ‘순리에 따라 최다선 중 연장자인 추 후보를 단일 후보로 추대한다’며 후보 단일화를 선언했고, 정성호 의원은 후보직을 내려놨다. 이로써 국회의장 후보 선거는 추미애·우원식 의원의 양자경선 구도가 형성됐다.
정치권에선 조 의원이 국회의장 후보직을 내려놓는 과정에서 이 대표 측의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상호 의원은 "민주당은 상향식 공천, 당내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정당"이라며 "의원들의 판단에 맡겨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지 구도를 정리하는 일을 대표가 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국회의장을 당대표나 원내대표가 결정한다는 것은 뭔가 좀 잘못된 것 같다"며 "다만 이 두 분(조정식·정성호 의원)이 어려워서 레이스를 하다가 안 될 것 같다. 그래서 드롭했다면 본인의 자유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은 없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보도를 보면 '누가 관여했다' '누가 전언했다' 등의 보도는 굉장히 부적절해 보인다"고 했다.
우 의원은 추 의원을 향해서도 "국회의장 되시겠다고 나오신 분이 정치적 쟁점에 대해 말씀하시는 건 삼가실 필요가 있다"라고도 쏘아붙였다. 추 의원이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재명 대표가 저에게만 '잘해주면 좋겠다'고 전화했다"고 언급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우 의원은 "이번 국회의장 후보자를 선정하는 경선 자체만 유독 이런저런 얘기들이 너무 많이 나오고 있다"며 "이 대표와 친한 분들이 나왔지만, 선거가 과열된 것은 아니다. 다만 민주당의 오랜 관행과 관례를 깬 거로 보인다"고 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