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라인야후 일본인 경영진의 최근 행태를 보면 일본이 과연 시장경제 국가인가라는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정부가 행정지도를 하고 일본인 경영진이 이를 뒷배 삼아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요구하는 것이 기업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시장경제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어서다. 일본 정부와 기업 사이에 ‘몰아내기’ 사전 각본이 있었을 것이란 의심까지 들게 한다.
한·일 경제 관계에서 최대 이슈로 떠오른 라인야후는 2021년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합작해 출범한 회사다. 별도로 존재하던 라인과 야후재팬이 라인야후로 합병하고,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50% 출자해 설립한 A홀딩스가 라인야후를 지배(지분율 64.5%)하는 구조다. 라인야후는 매출이 2021년 1조5674억엔에서 지난해 1조8146억엔으로 늘어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민간 메신저와 포털은 물론 행정서비스로 업무 영역을 크게 확장했다.
일본 정부가 개입한 것은 지난해 11월 네이버 클라우드가 사이버 공격을 받아 일부 개인정보가 유출된 이후다. 일본 정부는 라인야후에 보안 강화 등 일반적 개선책을 요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네이버와의 정보기술(IT) 인프라 위탁 관계를 끊고 급기야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까지 거론했다. 그제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사장은 네이버에 지분 매각을 강하게 요청하며 총무성의 행정지도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했다. 라인야후는 이날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CPO)의 사내이사 퇴임을 의결, 라인야후엔 한국인 경영인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
라인야후는 미국이 중국 기업 틱톡의 매각을 강제하는 것과는 다른 사안이다. 미국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제정한 이른바 ‘틱톡금지법’에 분명한 근거를 두고 매각을 요구했다. 하지만 일본은 법률 근거가 없고 권한과 범위가 모호하기 짝이 없는 행정지도가 바탕이다. 더욱이 라인야후는 네이버가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해외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기업이다. 갖은 고생 끝에 회사를 반석 위에 올려놨더니, 이제 와서 물러나라는 것은 문명국가의 사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일본 정부의 각성과 이성 회복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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