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사진)이 야당이 입법을 추진 중인 양곡관리법·농수산물가격안정법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특정 농산물의 과잉 생산을 유도해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는 데다 농산물 수매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면서 농업과 농촌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는 축소된다는 이유에서다.
송 장관은 지난 24일 충남 청양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농업과 농촌의 미래라는 차원에서 무엇이 바른 선택인지 재고했으면 한다"며 "강력히 항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 법안은 남아도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고(양곡법), 쌀을 비롯한 농산물 가격이 내려가면 세금으로 보전해주는(농안법) 내용이 핵심이다.
송 장관은 두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특정 품목의 생산 쏠림 현상이 불가피하다"며 "쏠림 현상으로 그 품목은 가격이 내려가고, 결국 농가 소득이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도 쌀은 남는데 더 과잉될 것이고, 나머지 품목은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고물가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했다.
송 장관은 "(특정 농산물 수매에) 집중적으로 재정을 투입하면 농식품부가 하려는 청년농 육성, 디지털 전환 등 농업 미래를 만들기가 모두 어려워진다"며 "전략 작물 직불제와 가루쌀 육성을 통해 식량 자급률을 높이겠다는 구상도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야당에서 '농가 소득을 보장하고 싶다'는 따뜻한 취지로 발의한 것은 이해하지만 다른 부작용은 없는지 재고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국농업경제학회에 따르면 5대 채소류에 대해 평년 가격 기준으로 가격 보장제를 시행하면 연평균 1조2000억원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양곡법과 농안법 개정안이 함께 시행되면 연 2조원 이상의 예산 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송 장관은 특히 양곡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의 의무 매입 부분을 빼야 한다"며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 "농민단체들도 반대 입장"이라며 "당초 양곡법 개정안보다 더 후퇴했다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안법 개정안에 관해서는 "어떤 품목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기준 가격은 어떻게 할 것인지 안 정해져 있다"며 "위원회에서 품목과 기준가를 잡으라는 것인데, 농가들은 대혼란에 빠지고 사회적 갈등이 엄청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농산물 품질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고 단수(단위 면적당 생산량)만 중요해지게 된다"며 "이에 농산물 품질 저질화법이라는 지적도 있다"고 부연했다.
송 장관은 정부가 수정안을 제안하겠냐는 질문에는 "법안을 만들 것인지는 의견을 모아봐야 하겠다"며 "수정안을 제안했을 때 야당에서 받을지는 알 수 없지만, 충분히 의견을 주고받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달 28일 본회의를 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 전에 농업인단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생각해봐 달라고 야당에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