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곧바로) 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Man sprt innovation).” 세계 최대 산업기술 전시회인 하노버 산업박람회(하노버메세) 개막식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주변으로 성큼 다가온 디지털 대전환(DX)을 이같이 표현했다. 26일까지 열리는 하노버메세는 기업 간 거래(B2B) 및 산업 기술 분야 핵심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기술 분야에서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가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라면 B2B 분야에선 하노버메세가 첨단 기술의 최대 격전지다. 올해로 77회를 맞은 하노버메세에는 60개국 400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지멘스, 보쉬, SAP, 슈나이더 등 굴지의 유럽 기업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도 대거 참여했다. 특히 세계 각국 300여 개의 스타트업이 전시에 참여해 새로운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가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국은 48개 기업이 참여한 통합 한국관을 포함해 SK C&C, LS일렉트릭 등 약 70개사가 참여했다.
올해 행사를 상징하는 핵심 키워드는 ‘디지털화’와 ‘지속가능성’이다. 이 두 단어는 오늘날 ‘시대 정신’이라고 부를 만한 위상을 갖췄다. 그리고 이런 목표를 이루는 핵심 수단으로는 인공지능(AI)이 급부상했다. 유럽이 전면에 내세운 무기는 지속가능성이다. 숄츠 총리는 개막연설에서 “독일 및 유럽연합(EU) 경제 회복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대전환(에네르기 벤데)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미래지향적 신기술을 개발하고 지속가능하고 경제적인 에너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AI를 통해 단순 작업은 기계에 맡기고 고부가가치의 일자리를 확대함으로써 생산성을 대폭 높여야 한다고 피력했다.
하노버메세 참여 업체들도 ‘더 많은 개혁, 더 빠른 변화(mehr Reformen und mehr Tempo)’를 요구하고 있다. ‘산업 대전환, 지속가능한 산업의 활성화’라는 슬로건을 내건 하노버메세는 △AI 및 머신러닝 △인더스트리4.0 및 매뉴팩처링X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생산 △산업용 에너지 △수소 및 연료전지 등 5대 분야를 중심으로 산업 기술의 미래 트렌드를 제시하고 있다.
이 5대 분야도 크게 보면 디지털화와 지속가능성으로 구분해 설명할 수 있다. AI 및 머신러닝, 매뉴팩처링X는 디지털화의 핵심 트렌드고 탄소중립 생산, 산업용 에너지, 수소 및 연료전지는 지속가능성의 핵심이다.
특히 AI가 디지털화의 전면에 나선 게 주목된다. 생성형 AI의 위상이 남다르다. AI의 기존 영역인 비전 검사 등 ‘분류 기능’과 예지보전 등 ‘예측 기능’에 추가해 사람과의 대화 기반 협업을 통한 업무 혁신 가능성이 부각됐다. AI가 소프트웨어 코딩과 제품 및 공정 설계, 공정 최적화, 디지털 트윈, 산업 메타버스의 주체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AI를 통해 산업용 로봇과 기계장비를 음성으로 제어하고 기계장비가 결함을 자동으로 감지하며 자율적인 유지보수를 통해 생산성 향상과 산업 경쟁력 제고에 결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AI와 함께 눈여겨볼 것은 매뉴팩처링X다. 독일이 주도하는 EU 차원의 데이터 공유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는 핵심 플랫폼이다. EU가 수년 전부터 추진해온 데이터 생태계 구축 프로젝트인 가이아X의 연장선이다. 독일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카테나X를 시작으로 항공, 화학 산업 등 타 산업으로 데이터 공유의 폭이 넓어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하고 경제적인 산업용 에너지가 제조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물론 에너지 저장 및 스마트 그리드, 에너지 효율 제고 및 코스트 절감 등 광범위한 기술과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수소 및 연료전지 분야도 올해 500개 이상의 전시 업체가 참여할 만큼 활발하다.
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전 중소기업청장